내일시론

정치논리에 휘둘린 공공기관 이전

2023-07-27 11:42:12 게재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10일 출범했다. 종전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위원회는 윤석열정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위원회가 예정보다 늦게 출범한 만큼 지방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더 속도를 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자치조직권한과 인사권한 등 지방분권 과제들은 여전히 중앙부처 관료들의 저항에 막혀있다. 특히 균형발전정책의 핵심인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은 정치논리에 발목을 잡혀 무산될 위기다.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에도 다시 수도권 집중

이같은 사실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최근 우 위원장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화약고"라며 "로드맵은 내년 총선 이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당장은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무산된 것은 사실상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정부·여당의 입장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도 그런 논리로 집권 5년 동안 지방을 '희망고문'하다 끝났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윤석열정부에서도 실행하기 어렵게 될 것같다. 앞으로도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됐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0년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당시 참여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먼저 꺼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수도권 과밀화의 원인인 대학과 기업부터 지역에 내려보내야 하지만 당시 상황에선 불가능했다. 그래서 정부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공공기관부터 내려보냈다. 참여정부는 이후 대학 기업 지방이전과 관련된 로드맵도 정해놓았지만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는 수도권 집중정책 때문에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노무현정부를 계승한다던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집권 5년 동안 지방을 희망고문만 하다가 임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는 동안 공공기관은 1차 지방이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다시 집중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개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은 164개(44.3%)나 된다. 이 가운데 서울에 소재한 공공기관이 125개(33.8%)다. 이어 경기 31개(8.4%) 인천 8개(2.2%) 순이다. 공공기관 10개 중 4개가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이 차질을 빚은 것은 전국 지자체 입장에선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 상반기에 로드맵을 마련하고 하반기에 이전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여러번 강조해왔다.

지방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목을 매는 것은 균형발전정책 가운데 효과를 낸 유일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의 과정에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적은 딱 한번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이전한 2013~2016년 시기다.

추가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왕에 만들어진 혁신도시 또한 공동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이유다. 현재 공공기관 이전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는 대부분이 신도시이거나 신시가지형이어서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이뤄져야 해결이 가능하다. 지방시대위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차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을 기존혁신도시로 배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지방시대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

지방시대위의 첫 과제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위원회에서는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인한 갈등'을 말하지만 그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이미 총선 이후로 연기한 것을 되돌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전시기와 대상기관을 확정해 놓아야 더이상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정부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 지방시대위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조차 추진하지 못한다면 위원회의 존재이유는 없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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