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합수단 확대와 자기 감찰

2023-07-28 10:53:40 게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이달 초 1년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본시장 불공정사범 373명을 기소하고 이중 48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1조6387억원의 범죄수익금도 추징보전했다.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장관 첫 업무지시로 복원시킨 합수부(당시 합수단)의 성과다.

최근 몇년 간 합수부는 큰 부침을 겪었다. 문재인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해야 한다며 2020년 1월 합수부를 해체했다. 검찰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 합수부 폐지 이유가 여권 관련 수사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범죄사건 처리 비율과 기소 비율이 이전에 비해 줄어드는 등 합수부 공백이 나타나자 1년 8개월 만에 슬며시 부활했다. 박범계 장관 때 일이다. 이름도 검찰의 직접수사 명분을 피해 '수사협력단'으로 붙였다. 그러다 지난해 5월 합수단으로 됐고 올 5월에는 정식 직제화도 이뤄졌다.

합수부의 수사 성과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전문 인력이 안정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사건 초기부터 신속하게 부처가 '협력수사'를 한 것도 한몫했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등 협력도 많아졌다. 2021년 6건이던 패스트랙 사건은 지난해 20건으로 늘었다. 올 5월까지도 7건이나 된다.

그러나 합수부에는 그림자도 있다. 과거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이 금융범죄에 엄정 대응한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금융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사, 검찰 수사관, 전관 변호사 등 유착 의혹 논란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응을 받아 구속된 부장검사, 퇴임하자마자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맡아 오해를 산 지검장 사례를 거론했다. 가까이는 라임사태 주범 김봉현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가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 합수부 역사를 짚어본 이유는 기대만큼이나 책임감도 커졌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최근 테라·루나코인사건 수사팀 검사가 퇴직한 후 테라·루나측 사건을 맡은 로펌에 취업해 논란을 빚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때문에 남부지검에 접촉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26일 합수부에 이어 30여명으로 구성된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이 출범했고 수사인력이 추가됐다. 이 대목에서 2021년 9월 합수단 부활 자리에서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한 말을 되새겨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구성원에 대한 철저한 내부통제와 함께 자기 점검 시스템을 갖추고 자체 감찰과 외부감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도록 하겠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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