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여당이 버려야 할 '특권'

2023-07-31 11:00:43 게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불체포특권이라고 불리는 '회기중 체포동의안 처리 의무'는 검찰(행정부)이나 사법부(판사)의 정당한 의정활동에 대한 탄압에서 입법부의 견제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다. 행정부에 대한 과감한 비판 '의무'에 대한 반대급부였다.

하지만 국회가 정치탄압이 아닌 뇌물수수 등 파렴치범들까지 한통속으로 서로 감싸주는 바람에 체포동의안 처리 조항은 불체포 '특권'으로 변질됐다.

불체포특권은 이제 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문민정부 진입, 평화적 정권교체, 촛불항쟁에 의한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민주화'가 빠르게 정착됐다. 과거 군사정권 때 있을 법한 '무분별한 정치적 탄압과 체포'는 쉽지 않다. 또 범죄에 대한 사법절차에서 국회의원이 예외일 수 없다는 '공정'의식은 더 이상 방탄국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포기각서까지 썼고 민주당은 같은 수준으로 '결의'했다. '방탄'에서 벗어나는 건 더 이상 '혁신'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당연한 게 돼 버렸다.

불체포특권이 주로 야당이 버려야 할 '특권'이라면 한국 정치를 위해 여당이 버려야 할 '특권'도 있다. '의원의 장관 겸직'이다. DJP연합으로 집권했던 김대중정부 때를 제외하면 '장관 겸직' 특권은 '여당 의원' 몫이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여당의 '대통령실 출장소' 성격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동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이 '장관의 꿈'을 꾸고 있다. 장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간택을 받아야 한다. 의원 배지를 주머니에 넣어놓고 장관 배지를 달고 장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특권'은 평생 이름 뒤에 '의원'과 함께 '장관'이라는 명예까지 붙여준다.

결국 여당은 대통령실과 더 가까워지고 여당 지도부까지 대통령실 주도로 구성되면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는 반쪽에 머물러 '삼권분립'은 힘을 잃게 된다. 여의도 정치가 이전투구 속에 빠져 답을 찾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권력쟁취에 실패한 야당이 대통령 주도의 행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제동을 거는 '야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관건은 여당의 '건전한 행정부 견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응해 입법부가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의원의 장관 겸직 특권'을 여당이 포기해야 하는 이유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헌법의 위임으로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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