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은, 금융안정 위해 정부 견제해야

2023-08-01 10:53:16 게재
한국은행은 법률에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물가안정을 도모하면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 한은은 금융안정의 정책수단과 관련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정책당국이 재량적 정책을 수행하면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며 "중립적이며 시장친화적 중앙은행이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수단을 활용할 적임자"라고도 했다.(한국은행 홈페이지)

한마디로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보다 한은이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통해 금융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논리다. 행태변화의 핵심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도 했다.

최근 금융상황을 돌아보자. 지난 6월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7조원으로 3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105%)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이를 GDP 대비 80%까지 끌어내려야 한다는 한은 권고가 무색하다. 더구나 6월 주담대 평균금리는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제주체인 가계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이자율이 오를 때 빚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경기가 불투명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의 대차대조표상 부채항목을 줄이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한은이 7월 말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가계의 초과저축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우리나라 가계는 100조~130조원의 초과저축을 했다. 다른나라는 부채를 상환하거나 소비를 했는데, 우리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흐리는 데는 정부정책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강조하면서 △1·3부동산대책 △특례보금자리론 △역전세발 DSR 상향 등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다. 특례보금자리론만 해도 당초 높은 금리를 싸게 갈아타도록 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80.3%는 신규주택 구입 목적이라는 통계도 있다.(한국주택금융공사)

한은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반년 이상 동결했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회견에서 "금통위원 다수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예상 밖으로 증가하면 금리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한은이 나서서 바른 길로 유도할 책임이 한은법 제1조에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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