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사교육 카르텔 바로잡으려면

2023-08-01 11:33:35 게재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과 부조리 척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병무청 시도교육청 한국인터넷광고재단까지 총동원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수능 출제 체제와 사교육 업체 간의 유착고리로 지목한 직후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현직 고교교사 130여명이 대형 입시학원으로부터 지난 10년간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현직 고교교사들의 영리 활동이나 겸직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과 사교육업체 유착도 심각

수사를 통해 교사들이 평가원이나 학교에서 취득한 정보를 학원에 유출했는지와 법 위반 여부를 밝히고 위법이 확인되면 엄단해야 마땅하다. 교사들이 학원과 유착돼 사익을 추구하고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부조리가 존재한다면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

교사의 사교육업계 진출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를 전담하는 교사가 사교육업체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유명 고교교사 가운데 재직 중에 EBS 강사로 활동하다 퇴직해 거액을 받고 사교육업체로 가는 일이 적지 않다. 공무원 신분인 교사의 사교육업계 진출을 그대로 두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입학사정관제도 살펴봐야 한다. 수능 출제 체제와 사교육업체 간의 유착만큼 입학사정관과 사교육업체의 유착도 심각하다는 것이 입시계의 시각이다. 이는 입학사정관들의 신분 불안정과 과도한 업무 등 열악한 처우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2021년 대입전형에 참여한 입학사정관 9129명 중 전임 입학사정관은 119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7900여명은 입시 기간 동안 임시로 학생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위촉사정관이었다. 2021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수는 8282명, 서류평가 건수는 142만1561건으로 입학사정관 1명당 서류평가 건수는 171.6건에 육박했다. 입학사정관들이 느끼는 신분의 불안함은 통계 숫자보다 더욱 크고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1년 입학사정관과 입시학원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퇴직 후 3년 이내에 사교육 기관을 설립하거나 취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를 법제화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수능 출제와 점검위원 간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출제위원이 만든 문제를 점검위원들은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킬러문항 등 고교 교육과정에 위반되는 문항을 걸러낸다. 출제위원이 출제오류는 수정하지만 난이도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구성한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의 킬러문항 선별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출제위원들이 출제에 들어가기 전 작성하는 서약서에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 의견을 수용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45% 교사 수능 출제위원을 확대해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를 반영한 문항 출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수보다는 수험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고교교사 출제위원들이 시험의 변별력 조절에 더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원래 취지 살려 '자격고사화' 필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킬러문항 배제 등 수능 손질이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까. 한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총장의 절반 이상은 대학에서 공부할 정도의 능력을 판별한다는 수능의 원래 취지를 살려 '수능 자격고사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자격고사는 일정 점수만 넘기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시험으로 2028학년도 대입 관련 논의 과정에서 수능 개편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생들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뒤 이뤄지는 첫 입시다. 고교 현장에서는 현행 정시확대와 통합수능이 2025부터 본격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 고교학점제와 40%까지 늘어난 정시는 상충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2028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로 공부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기에 거기에 부합하는 입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8월 중 발표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기수 정책팀장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