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방의회 권한을 확대하고 싶다면

2023-08-02 11:00:18 게재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 나라가 뜨겁다. 폭염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전국 지방의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있다. 바로 '지방의회법 제정'이다. 전국 광역·기초지방의회마다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고 있다.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인천시의회다. 인천시의회는 3월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지방의회법 초안을 마련,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에 법 제정을 공식 제안했다. 해당 법안은 지방자치법에 포함된 지방의회 관련 조항을 분리·강화하는 내용이다. 주요내용은 행정사무감사 조사권 강화, '1의원 1정책지원관'으로 제도 확대, 의회운영 예산 독립편성권 등이다. 지방의회가 견제·감시해야 할 집행기관이 지방의회 조직, 예산을 결정하는 모순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국회법에 준하는 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 입법 등 제대로 된 의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지방의회법 제정안은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지방의회별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 무주군의회는 지난달 25일, 경남 하동군의회는 다음날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겸직보수도 공개하지 않는 지방의회가 권한 확대만 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경기지역 기초의원 4명 중 1명이 4400만원의 겸직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의회도 전체 의원 40명 중 15명(37.5%)이 겸직보수를 받고 있지만 겸직신고나 보수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법과 달리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엄격한 겸직금지 규정을 통해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지방의회의 밥그릇싸움과 잇단 막말 논란은 지방의회법 제정의 정당성마저 까먹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대표의원 선출 문제로 내분이 발생, 법적다툼까지 벌였다. 최근 새 대표의원을 선출했지만 교섭단체 사무실을 전·현직 대표가 함께 쓰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은 지난해 말 이태원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모욕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경기 의정부와 안양에서도 시의원이 공무원을 향해 막말을 했다가 노조의 반발을 샀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필요하지만 국민 공감 속에 국회를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의원들의 자질과 책임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지방의회 권한을 확대하는 일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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