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3년마다 치르는 KT의 홍역

2023-08-03 11:01:14 게재
자산총액 50조원, 재계 서열 12위. 통신·금융을 아우르는 50여개 계열사, 본사 직원수 2만544명, 계열사 포함 5만8541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회사 KT 얘기다.

이런 회사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6개월째 공석이다. 다행히 얼마 전 KT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면접을 볼 최종후보 3명을 발표했다. 김영섭 전 LG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다. 이사회는 이번주 중 3명 가운데 1명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최종후보로 낙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달 말에는 길었던 KT의 경영공백이 끝난다.

3인 후보 약력을 간단히 종합하면 재무전문성이 높은 전 IT기업 사장, 내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전 KT 사장, 창업을 해본 IT전문가 교수라 할 수 있다. KT 안팎에선 '이 사람이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3명 후보 모두 어느 정도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물론 최종 3명 후보가 나온 뒤에서도 정치권 유력인사와 관계가 깊다거나 경쟁사 임원 출신이라는 등 비토하는 정보가 돌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CEO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무수히 많다.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이끌고 공동체의 미래를 앞장서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산업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 다양한 생각을 가진 직원들을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로 묶어낼 수 있는 설득력과 포용력까지 정말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세 후보들은 이미 이런 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자는 새로 선임될 KT CEO에게 요청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인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투명하고 확고한 경영체계를 구축해 달라는 것이다.

KT는 민영화 된 지 20년을 넘겼다. 하지만 CEO 임기가 끝나는 3년마다 홍역을 앓는다.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경쟁회사들이 달려가는 동안 KT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은 내부직원은 물론이고 KT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바다.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고객이나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다. 물론 전임자들도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한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블라인드 앱에서 KT를 검색하면 '공기업 때를 못 벗은 회사' '워라밸만 있고 미래는 없는 회사' 등 직원들의 자조섞인 글이 나온다. 직원들의 기대만큼 변화하지 못하는 모습이 투영된 평가로 해석된다. 새로운 KT CEO가 이런 직원들 평가를 180도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