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잼버리 기사회생 지방정부 덕 아닌가

2023-08-16 11:10:47 게재
세계잼버리대회가 끝나자마자 잘잘못 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정부와 윤석열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와 야가 목청을 높인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고, 국회 국정조사 얘기도 나온다.

이번 잼버리대회는 분명 문제가 많았다. 준비가 부족했고, 운영이 미숙했다. 대회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조직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위원장이 5명이나 되고, 그 중 3명이 부처 장관이었지만 각자 따로 놀았다. 누구의 책임 이전에 우리정부 전체의 책임인 셈이다.

따져 보면 이번 대회는 범정부행사였고 국가행사였다. 이미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회 참석을 공언했다. 조직위가 행정안전부에 요구한 교부세 60억원을 한푼도 깎지 말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통 큰 지원을 약속하면서 전북에서는 '지방자치에, 또 국제행사에 여야가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문제가 터지자 상황은 일순간에 변했다. 가장 먼저 전북도의 무능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타락한 지방자치니 무능한 지방정부니 무책임한 비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어느새 잼버리는 '지방이 유치하고 치러 실패한 행사'가 됐다. 물론 전북도의 잘못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다만 지방정부를 중앙정부 잘못을 가리는 희생양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조화로울 때 순항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지자체의 솔선수범이, 지방정부의 헌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전세계 모범을 만들 수 있었겠나.

이번 잼버리 상황만 봐도 그렇다. 대원들의 전국 분산배치가 결정되자 지자체들이 나섰다. 단 하루만에 3만7000여개의 숙소를 마련했고, 밤을 새며 숙소 화장실 휴지나 비누까지 점검하고 대원들을 맞았다. 대원들이 머무는 3박 4일 동안 지자체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과하다 싶을 만큼 그들을 환대했다. 결국 정부 잘못으로 망칠 뻔한 행사를 지자체 도움으로 간신히 되살려 놓은 것이다.

혹자는 행정안전부가 나서서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얘기다. 대회를 잘 마무리한 건 행안부가 지자체를 잘 통제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다. 또 지자체의 오랜 행정경험이 위기를 극복할 만큼 축적돼 있어 가능했다. 이번 같은 위기의 순간에 지방자치가 또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정부'를 공식 용어로 쓰도록 했다. 지방시대를 중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고,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일도 또 한번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방자치를 한층 더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 내길 간절히 바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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