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혁신기업중앙회 설립이 답인가

2023-08-17 11:03:20 게재
중소벤처기업부가 '혁신기업중앙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0월경 사단법인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혁신중소기업 정책을 발굴하고, 경제단체 내 혁신기업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라는 게 중기부가 내세우는 설립 이유다.

설립 중심 단체는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와 중소기업경영혁신협회(메인비즈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다. 기술혁신과 경영혁신 인증을 획득한 중소기업을 구심점으로 중소기업 혁신 어젠다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기술혁신과 경영혁신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현재 각 2만2000여개사 규모로 합치면 4만4000여개사가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죽음의 계곡'(창업 5~7년)을 넘은 중소기업들이다.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들이다.

혁신기업중앙회 추진은 나름 명분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설립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먼저 혁신기업중앙회 대상 범위가 모호하다. 대기업도 혁신기업일 수 있다. 설립 주체인 중소기업융합중앙회는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벤처기업협회가 제외된 점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메인비즈기업을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꼽는다.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3개 인증을 혁신형 중소기업수로 발표해왔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기술혁신-경영혁신-벤처인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각 협회 소속 기업들이 이노비즈와 메인비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술혁신-경영혁신-벤처가 한 테두리인 셈이다. 줄곧 '인증 통합'이 제기된 배경이다.

조직 설립을 중기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충분한 논의도 없이 갑자기 설립안이 제안됐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중기부 윗선에서 설립을 지시했다고 본다. 중앙회 사무국 구성과 인력, 운영비용 등 구체적인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 개운치 않는 대목이다.

조직의 생명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노비즈협회와 메인비즈협회 만으로는 사무국을 구성하고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양 협회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혁신기업중앙회 설립보다는 기존 '혁신벤처단체협의회' 활성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에는 벤처기업협회를 비롯해 이노비즈협회 메인비즈협회 벤처캐피탈 스타트업포럼 등 혁신과 창업생태계 관련 10여개 주요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이미 두차례 대통령선거 공약집을 집대성한 경험도 있다. 경제단체 내에서 혁신기업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한 셈이다.

혁신은 실천력이 담보돼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 영 중기부 장관은 혁신기업중앙회가 혁신의 구심점이 되리라고 정말 자신하는지 묻고 싶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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