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도서관 검열에 독자들 관심을

2023-08-18 10:57:02 게재
최근 특정단체가 성평등 성교육 성소수자 등 성을 주제로 한 어린이청소년 책의 목록을 만들어 일부 공공도서관에 해당 책들에 대해 '열람제한 및 폐기'를 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해당 자치단체 의회에서는 이 단체의 논리를 받은 의원의 질의가 있었고 도지사 역시 이를 수용해 "해당 책들은 문제가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해당 책들의 열람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리고 한 시민단체가 확인한 결과, 해당 목록의 일부 책들은 실제로 몇몇 공공도서관에서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단체의 민원은 집요했는데 일부 공공도서관에 전화를 하고 방문하는 것은 물론, 사서 개인들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단체와 뜻을 같이 하는 단체도 늘고 민원을 제기하는 지역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서관에서 특정 책을 열람할 수 없게 하라는 민원에 대해 안찬수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대표는 1일 열린 '공공도서관을 향한 성평등 도서 금서 요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명백한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민간단체가 자체 심의 후 배제 목록을 작성, 배포하고 관계당국이 나서며 열람 배제가 실제로 실행이 되는 것은 '사실상의 금서조치'이자 '변형된 형태의 검열'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는 자기검열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사서들은 이번 민원 이후, 어떤 책을 소장해야 할 것인지 위축되며 이는 도서관의 책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민원은 출판사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평등 성교육 책을 펴내는 출판사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관련 분야 도서를 출간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7월 27일 성명에서 "특정 주제 도서의 열람이 제한될 경우 해당 주제와 관련한 저작물의 창작 의욕이 떨어질 게 자명하고 출판사 또한 출간 분야 선택의 폭이 좁아져 출판의 다양성을 해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해당 주제와 관련해 양질의 책들을 만나기가 어렵게 된다.

13일 뜻이 맞는 시민들이 모여 이번에 열람제한을 요구받은 책들을 읽는 '행동독서회'가 열렸다. 읽음으로써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해마다 9월 첫째주에 열리는 '금서읽기 주간'이 다가온다. 이번 금서읽기 주간에는 도서관 열람제한을 요구받은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고 읽어보면 어떨까.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때에만 도서관의 지적 자유를 흔드는 검열과 금서 지정 요구를 무너뜨릴 수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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