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상동기범죄 대책' 결국 양(量)인가

2023-08-25 11:02:38 게재
정부가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이상동기범죄'(묻지마 범죄) 대책을 내놨지만 양적 대응책에 그쳤다는 평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치안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하겠다"며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달여 간 입에 담기 어려운 범죄가 이어졌다. 상식적이지 않은 범죄 행태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총리의 대국민담화는 시의적절했지만 그것이 근본적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특별치안활동을 벌였다. 다중밀집장소 4만7260곳의 순찰을 강화했고,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는 물론 기동대와 경찰특공대,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서울 관악구에서는 '등산로 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 양에 치중한 치안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무경찰 규모는 4~5년 전 2만5000명까지 됐다. 이 인력이 빠지면서 가용할 인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일선 경찰관을 늘리기는 했지만 의경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정부는 의경 7500~8000명을 순차 채용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112 신고에 대응하는 경찰관들 상당수가 50대라는 점도 지적된 터라 인력문제 해결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력만 늘린다고 이상동기범죄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곱씹어보면 금새 답이 나온다.

정부의 이번 치안강화대책에는 이상동기범죄의 원인을 찾아 예방하거나 질적 개선을 위해 치안활동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미흡하다. 마치 고객들이 특정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가 '값싼 인턴을 뽑아 해결하겠다'고 답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 대책에 대해 일선 경찰에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대세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동대에 근무하는 한 간부는 "현재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젊은 경찰관들도 관리하기 어려운데 20대 초반의 의경들을 관리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병역자원도 부족한데 웬 의무경찰이냐'라는 식의 우려가 각계각층으로부터 나오자 정부는 신중모드에 들어갔다. 총리실은 다음날인 24일 "현재의 경찰 인력배치를 대폭 조정해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경찰의 최우선 업무를 치안활동에 주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경제도 재도입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상동기범죄 대응방안을 새롭게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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