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편의점 전성시대를 기다리며

2023-08-31 11:02:28 게재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호연 작가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1권, 2권 합쳐 100만부 넘게 찍었다. 불황여파로 경제·경영분야 책은 시들했다. 편의점 백화점 서점 등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 '위로형'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이름처럼 동네 주민에게 '불편'했던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다. 이 편의점은 진열해 놓은 물건 종류도 적다. 할인행사도 다른 데 비하면 형편없었다. 그렇다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 폐업해도 이상할 게 없는 편의점이었다. 대신 주인장과 노숙인 같은 극히 일부 손님 사이에 정은 넘쳐났다. 그들에겐 위안과 소통의 마당이었다. 불편해도 문을 닫지 않는 '이유'였다.

현실 편의점은 어떨까. 물건이 넘쳐난다. 할인도 자주한다. 공과금을 낼 수도, 택배는 물론 자동차까지 빌릴 수 있다. 배달도 가능하다. 소설 속 편의점처럼 '불편함'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닫는 곳보다 여는 곳이 훨씬 많다. 현실 편의점 성장세가 남다른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50.2%로 이 가운데 편의점은 16.6%를 차지한다. 대형마트 13.3%보다 3.3%p 앞선다. 오프라인 중 매출비중이 가장 큰 백화점(17.6%)을 1%p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편의점이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조치를 단행했던 2021년부터다. 당시 편의점 매출 비중은 15.9%로 대형마트 매출 비중 15.7%보다 높았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백화점 17.8%, 편의점 16.2%, 대형마트 14.5% 순이었다. 홀로 성장하며 대형마트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편의점이 조만간 백화점 매출 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10.1% 늘었고 올 상반기도 9.5% 증가했다. 6월 말 오프라인 업태별 매출 증감률은 전년 동월 대비 편의점 10.3%,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0.3%였다. 편의점 매출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편의점 전성시대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더 이상 소설처럼 불편한 편의점은 없어 보인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만물상들만 있을 뿐이다.

되레 너무 많아 탈일 때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반일정서가 다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산 술이 넘쳐나는 요즘이 그렇다. 덩치만 커져 전성시대를 맞을 것인지, 의식도 함께 키워 전성시대를 열 것인지 궁금해진다.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까진 아니더라도 일본 술 불매운동은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고병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