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2023-09-01 10:55:53 게재
흉기난동 사건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 곳곳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들 사건에는 '묻지마' 또는 '무차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민들은 외출도 힘들어한다.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겠다며 경호용품을 사고 호신술을 배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정부가 강력범죄 대응 방안을 내놨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설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고 선별적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특별치안활동을 당분간 지속하기로 했다.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고,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찰청 본청과 시도경찰청, 그리고 일선 경찰서 인력을 줄여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강력 대응' 연장선에서 경찰에 저위험 권총 보급을 서두르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대응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최근 사건들로 충분히 증명됐다. 경찰은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력을 총동원했지만 이를 비웃듯 '등산로 살인사건'을 비롯해 강력사건이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외톨이처럼 지내왔다는 피의자들의 배경에 집중한다. 2017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묻지마 범죄자 60명 가운데 66.7%(40명)는 수감 전 무직이었다. 배우자가 없는 사람도 65%(39명)였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무차별 강력범죄자 대부분이 사회적 외톨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주변에 고립청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5월 발표한 '고립·은둔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만 19세에서 34세 청년기 인구 중 5%(53만8000명)가 고립·은둔청년이다. 2019년 3.1%(33만4000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경쟁위주 사회구조로 인해 소외된 이들이 느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들의 분노와 좌절이 어떤 계기로 극단적 분노와 증오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준다.

여론에 밀려 조급히 결정된 대책보다 사회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진단, 맞춤형 치료·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치안수요를 반영한 형사정책이 더해지면 지금보다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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