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백내장, 도수, 임플란트 그 다음은?

2023-09-05 11:12:13 게재
백내장수술, 도수치료, 미용성형에 이어 이번에는 임플란트다. 건강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보험사기 얘기다.

실손보험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보험사기 행각이 이번에는 치아보험으로 옮겨갔다. 보험상품 이름만 다를 뿐 수법은 거의 비슷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래서 또 언제든지 보험사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자기 몸을 다쳐가며 일으키는 보험사기가 뉴스를 장식했다면 요즘에는 서류 조작을 통한 지능형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이러한 지능범죄가 가능한 이유는 보험설계사와 브로커는 물론 병원까지 가담하는 '조직적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적발되는 보험사기에서 씁쓸한 부분은 일부 병원들이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치아보험 소비자경보를 보면 일부 치과병원들은 임플란트 시술만 해놓고도 치조골 이식술을 했다고 하거나, 하루에 수술을 다 끝내놓고도 여러날에 걸쳐 치조골 이식술을 받았다고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해줬다. 이 허위 진단서를 통해 환자들은 실제로 받아야 할 보험금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챙겼다.

아예 환자 모집 과정에서부터 병원이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치과병원과 설계사가 처음부터 짜고, 설계사가 소비자를 치아보험에 가입시킨 뒤 해당 치과병원을 소개하는 것이다. 병원은 이 환자가 내원해 치료를 받으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내원 대가로 설계사에게는 알선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렇듯 매번 새로운 분야(?)에서 보험사기가 발생하면서 보험사들이 '문제 병원'들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심각한 수준이었던 백내장수술 보험사기와 관련해서는 보험사들이 일부 안과병원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병원과 보험사의 관계는 과연 이렇게 '제로섬' 형태로밖에는 갈 수 없는 것일까. 병원과 보험사가 상생관계로 가면 불필요한 진료도 줄어들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어 국민에게는 훨씬 이득일 텐데 말이다. 이 제로섬 게임이 과열될수록 그 피해는 다수의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해외에서는 병원과 보험사가 다양한 형태로 연계돼 의료와 보험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양쪽이 계약관계를 통해 적절한 진료수가를 책정하거나 적정 진료 기준을 합의하면 병원의 과잉진료가 줄어들 수 있다. '보험금 타먹기' 제로섬 게임을 멈추고 상생을 위한 쪽으로 조금씩 방향 전환을 모색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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