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총선 앞 제로섬게임 되는 공약 쟁탈전

2023-09-06 11:09:32 게재
바야흐로 민심을 잣대삼아 지역마다 할 말을 하는 시기가 왔다.

지난 3일 경남 사천에서 도민 5000여명이 모였다.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과 경제계 시민단체 등이 총출동한 궐기형식이다. 이유는 우주항공청특별법 조속 추진에 대한 요구인데, 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목소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석열정부가 던진 지역공약들은 수백가지다. 그 모든 공약들은 제각각 제로섬게임 논리가 작용한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 탓에 어느 지역이 가져가면 다른 쪽은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

편차와 눈총은 있어도 지역별 나누기 상황이면 그나마 낫다. 철도 도로 등 교통망 구축이나 기회발전특구 산업단지 등도 마찬가지다. 공모를 거치는 과정은 수긍의 과정이라도 있다. 하지만 단 한개를 두고 벌어지는 유치전이라면 상황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명확한 가르마를 타지 않은 유치전은 갈등의 소재가 되기 일쑤다.

우주항공청이 대표적이다. 대전과 벌어졌던 유치전이 대선을 거치고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경남 사천으로 압축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대전과 충청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치되는 법안을 제출하며 경남의 총궐기를 불렀다. 충청이라고 가만히 두고 볼까 싶다.

부산이 유치에 목매다는 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지키려는 서울과 받으려는 부산의 논리는 표면적으로 노조와 정부가 대신 맞서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도 똑같다. 충남도의 대선 지역공약으로 올라가 있지만 부산과 대구 광주 등에서는 여전히 공을 들이는 사안이다.

여기에는 설득과 납득의 과정이 빠져 있는 탓이 크다. 중앙은 항상 주는 쪽이고 지방은 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다. 시간이 약이고 또 다른 것을 받기 위해 묵묵히 참아야 했다.

그러다 선거철이면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표를 가진 유권자들의 당연한 권리행사다. 이를 단순한 정쟁과 지역주의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민의는 선거를 통해서야 제대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발생한 갈등의 치유 과정은 길다. 부산과 대구경북의 신공항 갈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후보마다 신공항 공약을 내걸며 20년 가까이 갈등이 빚어진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구경북의 반발은 올해 초 통합신공항특별법이 만들어지고서야 사그라졌다.

기왕에 정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제2국무회의로 정례화하고 지방시대위원회도 만들며 지방에 공을 들이고 있지 않은가. 공약을 제시했으면 그 갈등을 대비하고 해소할 장도 함께 마련했으면 싶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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