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동행버스, 올빼미버스, 버스전용차로

2023-09-13 11:05:56 게재
최근 서울시가 서울시민이 아닌 경기도민을 위한 버스노선을 만드는 파격적인 행정실험에 나섰다. 지옥같은 출근길로 악명높은 김포 풍무지구와 화성 동탄에서 각각 김포공항역, 강남역으로 오는 노선을 지난달 21일 신설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서울시민"이라고 한 오세훈 시장 고집이 파격을 일궜다. 동행버스 도입을 두고 서울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 세금을 허투루 쓰냐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 생각은 달랐다. 삶의 아픈 구석을 보듬는 정책에 시민들은 호응했다. 시행 3주 만에 승객수가 3배로 늘면서 '가성비' 우려도 씻어냈다.

많은 시민들이 기억하는 서울시 히트상품 중 하나로 '올빼미버스'가 있다.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3년 4월 2개 노선으로 출발한 올빼미버스는 첫해부터 하루 평균 60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빼미버스 인기는 심야이동 편의성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자정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 새벽시장에 물건을 떼러가는 자영업자, 인력시장에 나가는 일용직 노동자까지 수많은 시민들 사연과 일상을 싣고 나른다. 2023년 7월 현재 올빼미버스는 14개 노선, 139대가 운영되며 하루 평균 1만7000~1만8000명의 밤귀가와 새벽출근을 책임진다.

'버스'가 들어가는 정책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서울시 히트상품으로 버스전용차로가 있다.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이명박 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거론될 정도다. 버스전용차로는 교통체증 시 승용차나 택시보다 더 빨리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당당함까지 선사했다. 돈이 없어서 버스를 타는 게 아니라 더 빨라서 이용한다는 대중교통 이용의 '명분'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버스전용차로는 여러나라에 수출될 만큼 서울시 도시 브랜드를 상징하는 효도상품이 됐다.

서민의 발인 버스를 주제로 한 정책이 서울의 대표상품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루 시민 900만명이 지하철을, 500만명이 버스를 탄다.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생활인구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대중교통 관련 문제, 그중에서도 출퇴근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버스야말로 서울시 정책의 최우선에 놓여야 한다는 점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버스전용차로를 만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됐고 올빼미버스를 만든 박원순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 됐다.

수혜자의 숫자를 따지지 않고 시민 삶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정책, 가성비를 따지기보다 감동을 주는 정책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시절이다. 김포와 동탄에서 출발한 동행버스가 공공행정의 관행을 넘어서고, 작지만 깊은 정책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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