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률, 일본에도 밀릴 위기

2023-09-20 11:00:43 게재

ADB·OECD, 한국 성장률 전망치 유지했지만

세계성장률은 상향조정, 국제유가 급등 '비상'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대표국가인 일본에도 뒤질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은 높였다. ADB의 경우,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1.3%여서 국내외 주요기관 성장률 전망 중 가장 낮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20일 현재 국제유가는 90달러선을 돌파했다. 산유국 안팎에서는 올해 연말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의존율이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암초를 만난 격이다.

ADB는 이날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유지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치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9개국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46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했다.

특히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도 한국 성장률 전망은 기존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는 큰 폭으로 상향 조정, 한국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한국경제만 '나홀로 퇴보'한 셈이다.

OECD는 전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5%로 유지했다. 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6월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일본 성장률을 6월(1.3%)보다 0.5%p 높은 1.8%로 제시, 한국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OECD와 ADB 모두 한국경제가 하반기 들어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기대했던 '상저하고' 회복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특히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 회복세 역시 더디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수출이 약 8% 감소했다. 정부가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4분기를 앞두고도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른 물가 불안, 중국 경기 불안 여파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해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제상황이 단기간에 눈에 띄게 좋아질 만한 흐름이 보이지 않고 있어 한국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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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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