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ADB 한국 성장률 그대로 … '상저하고' 난망

2023-09-20 10:40:39 게재

ADB는 주요기관중 최저전망치 1.3% 유지

OECD, 세계성장률 높이면서 한국만 '멈춤'

국제유가 90달러선 돌파, 생산자물가 급등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정부의 '상저하고' 경제전망이 꼬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눈앞에 두고 있고, 최대 수출상대국인 중국의 경제회복도 더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국제기구들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시원찮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주요기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인 1.3%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은 높였다. 특히 일본의 성장률이 2000년대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대표국가인 일본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는 셈이다.

◆고금리에 소비·투자 부진 = 20일 ADB는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과 같은 2.2%를 유지했다. ADB는 한국 경제가 부진한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상방요인과 고금리로 인한 민간소비, 투자 제약 등 하방요인이 혼재해 성장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DB는 지난해 12월 2.3%에서 1.5%로 0.8%p 대폭 낮춘 뒤 지난 4월에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가 3개월 만에 0.2%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성장률 변동은 없지만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치 중에서는 가장 낮다. 정부(1.4%)와 한국은행(1.4%), 국제통화기금(IMF·1.4%)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0.1%p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1.5%)과 전날 수정 전망을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보다는 훨씬 보수적으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과 같은 2.2%를 유지했다. ADB는 한국 경제가 부진한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상방요인과 고금리로 인한 민간소비, 투자 제약 등 하방요인이 혼재해 성장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은 지난 7월 발표한 전망치(4.8%)보다 0.1%p 낮은 4.7% 성장을 예상했다.

홍콩(4.7→4.3%), 중국(5.0→4.9%), 대만(1.5→1.2%), 싱가포르(1.5→1.0%), 인도(6.4→6.3%) 등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이 줄줄이 하향 조정된 영향이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중국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글로벌 수요 감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산업활동이 둔화해 성장률을 끌어 내린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기존(4.7%) 보다 0.1%p 상향한 4.8%로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7월 물가 안정세(2.3%) 등을 근거로 7월 전망(3.5%) 대비 0.2%p 하향 조정된 3.3%로 내다봤다. 내년 물가 상승률도 2.2%로, 기존 전망 대비 0.3%p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 지역 올해 물가상승률은 3.6%로 7월 전망을 유지했고, 내년에는 0.1%p 상향한 3.5%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성장률, 한국 추월할까 =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도, 한국 성장률 전망은 기존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OECD는 매년 6월과 11월 회원국의 경제전망을, 3월과 9월에는 주요 20개국(G20)중심의 중간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지난 6월에 제시한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전망치(1.5%)와 같고, 국제통화기금(IMF)·정부·한국은행 전망치(1.4%)보다는 높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021년 12월에 2.7%로 전망한 뒤 작년 6월 2.5%, 9월 2.2%, 11월 1.8%, 올해 3월 1.6%, 6월 1.5% 등으로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

OECD는 이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도 6월과 같은 2.1%로 전망했다. 정부·IMF(2.4%), KDI(2.3%), 한은(2.2%) 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미국·일본·브라질의 양호한 상반기 성장세를 반영해 6월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일본 성장률을 6월(1.3%)보다 0.5%p 높은 1.8%로 제시하면서 한국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내년 세계 성장률은 2.7%로 0.2%p 낮춰 잡았다. 긴축 영향 가시화, 기업·소비자 심리 악화,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G20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3.1%, 2.7%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3.4%, 2.6%로 역시 6월 전망치와 같았다.

G20 국가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6월보다 0.1%p 낮은 6.0%로 예상했다. 반면 내년물가 상승률 전망은 0.1%p 높은 4.8%를 제시했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일부 비용압력으로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OECD는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소비 둔화, 강한 긴축 기조, 신흥시장 부진 등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역효과를 꼽았다. 석유 등 에너지 공급의 차질 가능성, 식량 가격 상승,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등도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에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완화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재정 여력을 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유가 오르며 물가 상승 압박 = 한편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 고금리에 따른 금융권의 연체율 증가와 부실이 커질 수 있다.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지난해 4월(1.6%)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농산물·서비스 가격 상승에 국제 유가까지 오르면서 물가지수를 밀어올린 것이다. 농산물(13.5%)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석탄·석유제품(11.3%)의 생산자물가지수가 올랐다.

농산물 중에서는 배추(112.7%)와 시금치(56.7%)가, 석유제품에서는 경유(17.4%), 나프타(15.3%)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4% 올랐다.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 물가는 각각 5.1%, 0.9%, 1.2% 상승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8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보다 1.6% 올랐다. 공산품(2.1%), 농림수산품(7.1%), 서비스(0.3%) 등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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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이경기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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