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의 영광은 잠시 … 분열 극복·리더십 회복 '천근 무게'

2023-09-26 11:13:48 게재

민주당, 오늘 새 원내대표 선출 … 4선 우원식 '단일화' 촉구 사퇴

이재명 영장심사 후 정국 이끌 책임 … 보궐선거·특검 등 과제로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오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마침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날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야권의 분열 위기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책임이 안고 출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비상지도부를 이끌어 제1야당의 생사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전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 7개월을 물려받지만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천근에 가깝다는 뜻이다.

◆혼란상 반영한 선출 당일 후보 사퇴 = 민주당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4선의 우원식 의원이 이날 오전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민석·홍익표·남인순(기호순) 의원 3파전으로 치러질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와 면담 마친 민주당 의원들 | 지난 22일 서울 녹색병원 앞에서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우 의원은 이날 오전 사퇴 메시지를 통해 "대결이 아닌 원내대표 선출 자체로 당의 단합에 기여한다는 의원들의 바람에 공감해 후보 등록을 했으나 경선이 불가피해졌다"며 "당의 단합을 위해 단일후보 방식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후보직을) 내려놓는 것이 그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며 "당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세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개혁과 통합의 길을 선택해달라"고 촉구했다.

우 의원의 사퇴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불거진 민주당의 혼란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와 지도부 안에서는 추대 형식으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최근의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자는 공감대가 우 의원의 출마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 달리 후보군 안에서 조율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명계 핵심 한 중진의원은 26일 "당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힘을 모으기 보다 정치적 이득만 앞세우려는 욕심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끼리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우 의원이 '단일화'를 촉구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 막판 기류를 바꿀지 주목된다. 3파 전으로 지속될 경우 친명계 표의 분산과 비명계의 표심 등이 얽혀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 거취·강서 보궐선거' 분수령 = 표면적으로 민주당이 이날 새로 선출하는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원내를 이끌게 되지만 속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당장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불거진 당내 혼란이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습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친명계 안에서 불거진 '가결투표 해당행위' 규정과 이에 따른 색출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친명계 일각에선 해당행위에 따른 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하고 있고, 비명계에선 '적반하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대표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이같은 혼란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과든 지도부 리더십이 흔들릴 공산이 커 새 원내대표의 중심잡기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연휴 직후에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전국 유일한 단체장 재보선으로 이미 여야가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의 흐름을 두고 총력전을 벌이는 선거가 됐다. 정권심판 목소리를 높여온 민주당으로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민주당이 큰 차이로 승리한다면 내부의 분열상도 수습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표 등 현 지도부에 대한 수도권 민심의 탄핵으로 받아들여 내부분열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당내의 혼란상을 수습하는 것 외에도 오는 12월 '50억 클럽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주도해야 한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은 쌍특검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지목돼 왔다. 여기에 4월 총선을 위한 선대위 체제의 구성 문제도 새 원내대표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유무에 따라 비상지도부의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같이 야당의 명운이 걸린 굵직한 이슈들이다. 짧은 임기지만 역대 어느 원내대표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 출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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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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