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코인상장 뒷돈과 거래소 신뢰

2023-10-06 11:23:43 게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시장침체와 가상자산 신뢰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위축과 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 테라·루나사태, 글로벌 거래소 파산과 제재 영향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이른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화폐 겨울)에 빠진 것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체감 거래량이 1/100로 준 것 같다"면서 "시장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생존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위기는 내부에서도 왔다.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코인상장을 대가로 27억4000만원 현금과 코인을 주고받은 거래소 임직원 2명과 브로커 2명에게 징역 4년에서 1년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뒷돈'(상장피)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다.

판결문을 보면 거래소 상장 담당 임원 전 모 이사(CFO 최고성장책임자)는 202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41회에 걸쳐 브로커로부터 19억4000만원 현금과 코인을 불법적으로 받았다. 팀장 직급 상당 담당직원은 36회에 걸쳐 8억1000만원을 수수했다. 이 직원은 현금과 코인을 인척 명의로 받아 자금세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거래소는 관계회사 대표가 코인상장 로비를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되기도 했다. 간부 직원들이 이런 불법행위를 했다면 다른 직원들은 오죽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이 아무리 좋더라도 거래소 내부가 신뢰를 잃으면 건실한 운영과 성장은 불가능하다. 국내 코인 하루 거래 규모는 2020년 12조원이었다가 2021년 11조3000억원, 지난해 상반기는 5조3000억원, 하반기는 3조원으로 줄었다.

사건이 불거지기 전 거래소들은 공정성을 위해 상장기준을 강화하고 코인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자체 감사도 벌였다.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자율규제 시행과 함께 심사 공동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등 시장·준법감시를 강화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시장 신뢰가 언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가상자산에 대한 강한 규제와 감독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서비스를 증권으로 규정하고 금융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도 시세조종과 미공개 거래 행위 등 불공정거래 방지에 중점을 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내년 7월 시행된다.

이번이 기회일 수 있다. 거래소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 투명성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한다. 직원 교육도 필요하다. 신뢰가 회복돼야 시장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도 신중하게 정보를 확인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자제해야 한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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