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재명 대표가 가장 피해야 할 일

2023-10-10 11:19:49 게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하루 많은 24일간의 단식 이후 회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재판에 이어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 9일 퇴원길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도 나섰다. 고 채 일병 특검과 보궐선거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조만간 당무에 복귀할 것이다.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자체조사에서 10%p 후반대의 격차로 이기는 결과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두자릿수 격차의 낙승을 기대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윤석열-이재명 구도'로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이긴다면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된 이 대표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그의 복귀 일성과 향후 행보다. 최고위원 등 당내 지도부 구성과 비명계(비이재명계)·반명계(반이재명계)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를 놓고 각종 추측이 무성하다.

당무 복귀에 앞서 이 대표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와 민주당이 줄기차게 비판해온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리더십'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자기 뜻에 맞는 사람만 챙기는 윤 대통령의 인사, 생각이 다른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통행, 권력만 바라보는 여당 지도부를 강도높게 비난해왔다. 윤 대통령을 유튜브 인사와 그들의 구호, 뉴라이트 언어를 공적으로 쓰는 '그들만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정치는 상대의 다른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생을 외면한 채 상대를 부정하는 전쟁같은 정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고 여당 지도부는 단식 때와 같이 조롱으로 대응했다.

이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진정성'이다. 이 대표는 당내 인사와 의사 결정, 유튜브 세력 등 강력 지지층에 대한 강도 높은 입장 표명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다른 생각의 상대를 어떻게 인정·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인지 당내에서 보여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대표의 말은 윤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좋은 말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이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총선 승리라는 '수단'이 아닌 총선 승리로 뭘 할 것이냐는 '목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같은 옷을 입을 것이냐, 차별화를 결단할 것이냐.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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