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팔 전쟁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2023-10-13 11:01:17 게재
지난 주말 전격적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전이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우크라이나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애써 의미를 축소한다. 국가간 전쟁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상을 보면 전쟁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과 이스라엘의 반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봉쇄와 포로까지 제물로 삼는 하마스의 벼랑 끝 전술 등이 전쟁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전 닷새가 지나면서 인명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생각처럼 단순하진 않다. 당장은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침묵하고 있지 않았는지 되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명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두 세력이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던 유럽연합(EU)이 하루 만에 번복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재래식 로켓 5000발에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무력화됐고, 이스라엘 모사드와 미국 CIA가 하마스 기습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내에도 파장을 불렀다. 보수진영에서는 하마스를 북한에 빗대면서 더욱 강력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당 1만6000발에 달하는 북한 장사정포가 서울과 수도권을 한꺼번에 타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한껏 부추긴다.

신원식 신임 국방장관은 북한 도발시 장사정포를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11일 군에 지시했다. 신 장관은 앞서 10일에도 이-팔 사태를 언급하며 문재인정부 시기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정지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가 제한된다는 것이 명분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비극이 바로 남북이 평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증거라고 강조하지만 강경파 목소리에 파묻혀 버린 형국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나 이-팔사태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자 재앙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There is no path to peace. peace is the path)'라던 마하트마 간디의 경구를 되새겨야 할 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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