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투명성도 책임감도 없는 인사검증

2023-10-20 11:03:40 게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한 원인 중 하나로 윤석열정부의 거듭된 '인사 실패'를 꼽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후 김 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를 사실상 지명 철회한 것을 보면 대통령실 인식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고위공직 후보자의 흠결이 뒤늦게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산 일은 지난 정부에서도 있어왔다. 윤석열정부가 출범 직후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인사검증 역할을 맡긴 것은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였을 터이다. 당시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관리단을 설치한 것에 '꼼수' 비판이 제기되고, 법무부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인사검증만큼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철저하게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도록 나아진 점을 찾기 어렵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부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공직재산 누락,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막말', 김 여가부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까지 윤석열정부가 내세운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관리단 출범 당시 법무부는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인사검증을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킴으로써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책임성 강화를 강조하며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생기지 않겠냐"고도 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지난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관리단은 자료를 기계적으로 수집해 전달할 뿐"이라며 책임을 피했다. 문제가 된 후보자의 검증내역을 묻는 질문엔 "특정 검증대상자에 대한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인사검증에 대해 묻고 답하게 된 것만 해도 "진전"이라고 자평했으나 그의 답변에서는 높아졌다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한 장관의 발언을 듣다보면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고위공직 후보자 문제점들을 부동산·주식 보유, 과거 발언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한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람을 주요 보직에 쓸 때는 대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돼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이들이 모두 주식 파킹이나 막말 같은 문제 한두개쯤 갖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한 장관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더 철저히 검증했어야 하지 않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이 있을 것이라 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문제 많은 인사들을 내세워 국민 속을 뒤집어놓을지 벌써부터 답답해진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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