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급등 … 정부, 농축산물·에너지 대책 내놔

2023-10-23 11:03:55 게재

배추 2900톤 방출하고 사과 1만5천톤 긴급출하

석유·가스 비축 모니터링, 유류세 인하 연말까지

정부가 김장철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배추 2900톤을 방출하고 생강·대파 등에 납품단가를 지원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국제 원유 가격이 불안정한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연장한다.

고위당정, 물가문제 집중논의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3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로 급등하는 먹거리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의 2분기 물가상승률은 무려 7.6%를 기록했다. 외식가격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0%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2%)의 두 배를 넘어섰다. 국민의 주요 필수재가 된 통신 물가는 올해 들어 9월까지 3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문제 집중 논의 =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농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 △에너지 수급 안정 대책 △최근 경제상황 및 대응방향 △가을철 축제 대비 안전강화 대책 등 민생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장철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배추는 정부 가용물량 2900톤을 방출한다. 저온 피해로 가격이 급등한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 1만5000톤을 조기 출하하기로 했다.

김장 부재료 등 생강·대파 등 소비가 많은 품목은 납품단가 지원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한다.

정부는 지난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데 이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김장철을 맞아서도 물가 안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국내 농축산물 및 식품원료 공급 부족 완화를 위해 수입과일 등에 긴급할당관세 도입을 11월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달부터 12월까지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특별 할인행사를 추진하고 대형마트도 할인쿠폰 지원 등을 통해 농축산물 소비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확산하고 있는 소 바이러스 질병 럼피스킨 병으로 피해를 본 농가를 위해서는 특별교부금 즉시 교부를 결정했다.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 아울러 에너지물가 안정 대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10월 말 만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초지와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알뜰주유소를 확대한다.

중동 분쟁과 관련해서는 현재 석유·가스 비축량은 충분하지만 당정은 비축현황과 유조선 운항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민관 공동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산 양상을 보이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향후 물가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동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에서 보고서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노동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근원물가의 둔화속도가 더딘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주요 산유국 모임 '오펙플러스'(OPEC+) 국가의 감산, 이·하마스 사태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대내외 물가 변동성에 유의하면서 민생물가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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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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