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쪼그라든 K-대형마트, 누구 탓일까

2023-10-26 11:02:43 게재
쪼그라든 K-대형마트를 두고 말들이 많다. '왜 도대체 뭐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는가' 라는 답답함이다. 국내 1위 이마트만 해도 그렇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0.1%대. 1000원 팔아 1원 남긴 꼴이다. 개인이라면 장사 접어야 할 판이다. 매출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은 17% 성장한 29조원대. 하지만 세계적인 유통회사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딜로이트 '2023 글로벌 소매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위 월마트 지난해 매출은 6112억달러(780조원)다. 독일 1위 슈바르츠그룹도 1541억유로(217조원)를 올렸다. 테스코(영국), 이온(일본) 등 상당수 국가 1위 유통기업 매출은 50조원을 웃돈다.

이마트뿐만 아니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세계 250개 소매업체 중 롯데쇼핑 등 한국 유통기업 6곳 평균 매출을 112억달러(2021 회계연도 기준)로 집계했다. 전체 평균(226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익성은 더 심각하다. 2022 회계연도 기준 월마트 영업이익률은 4.4%. 국내 오프라인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높은 롯데쇼핑의 이익률은 그 절반수준인 2.4%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1등 유통사가 1% 미만 이익률에 갇힌 곳은 한국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에서 K-대형마트만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30일 국회 '유통업법 세미나'에서 "변화(?)한 유통시장에 맞춰 대형마트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유통 관련규제가 10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전통적인 유통업계 '갑'과 '을'에도 변화가 생겼으니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마트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대형유통법'을 바꾸라는 요구였다. 예컨대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은 한류붐을 타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몸집을 키워왔고 영업이익률이 대형마트보다 높다(최대 16%대)는 점 등이 그렇다는 식이다. 정부규제가 대형마트 발목을 잡고 있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최근엔 대형마트 의무휴업마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역시 정부규제 탓에 대형마트가 크지 못했다는 논리다. 실정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윤석열정부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이 규제들을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규제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

대형마트 숙원인 규제완화가 '희망고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형마트의 낮은 수익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규제뿐 아니라 '실력'도 모자라지 않았냐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다. K-대형마트 역시 남 탓하기 전에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규제완화 효과도 크고 공정하지 않을까.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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