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좌충우돌'

2023-10-30 11:16:48 게재
최근 국민의힘의 가장 큰 뉴스메이커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차가운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이 총선 전에 어떻게 변화할지가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그 키를 쥔 사람이 인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위가 김기현 당대표 체제를 연장시키려는 시간벌이 아니냐는 비판 속에서 출범했어도 여론의 주목도를 잘만 이용한다면 이런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당내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뉴스는 만들었을지 몰라도 영향력까지 높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인 위원장이 영남권 스타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을 제기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인 위원장은 28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주호영도 김기현도 스타"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전달할 생각"이라고 에두르긴 했지만 어찌됐든 김 대표 실명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인 위원장의 진정성은 전해졌을 것이다. 당내에선 '인요한 혁신위'를 김 대표 체제의 산소호흡기 또는 허수아비 정도로 평가절하하며 김 대표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힘겨루기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 영남 기득권은 생각보다 공고하다. 그리고 불안감은 힘이 세다. 당내에선 처음엔 2명으로 시작했지만 그게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의 연대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이 어느 정도의 결의를 가지고 '스타' 발언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가 얼마나 여론의 주목을 오랫동안 가져가며 버텨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초기 발언에 대해 '농담'이라고 물러섰던 것처럼 이번에 또 한번 뒷걸음질친다면 양치기 소년쯤으로 조롱당할 것이다.

인 위원장이 내놓은 또 다른 카드, 당내 비윤 통합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 관련해 '대사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당사자들부터 불쾌감을 나타냈다. 징계 자체가 과연 온당하게 내려진 거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당사자들과 어떤 공감도 없이 툭 던진 탓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예민한 문제를 건드릴 때 수반되어야 하는 섬세함이 결여돼 있었다.

그래도 인 위원장이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동안 한국사회에 기여해 온 삶의 이력을 보면서 여론은 아직 우호적이다. 최근 행보가 아직 '좌충우돌'로 보이는 데 대해 담백하게 인정하고 그 다음 카드를 내놓을 땐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