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환경영향평가 부실, 대안 왜 묵히나

2023-11-01 11:08:00 게재
환경영향평가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됐다. 그 사이에 이 법은 환경을 보존하려는 쪽과 개발을 하려는 쪽 의견이 상충해 대립하는 법의 대명사가 됐다.

사업자 입장에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업 성패와 직결된다. 환경청과의 협의 과정이 사업 진행의 갈림길이 되는 최종 관문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환경영향평가는 부실 논란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환경단체라고 다르랴. 기업이야 돈이 되는 사업이 있으니 진행하는 것이지만 환경단체는 말 그대로 명분 싸움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법정보호종 보전의 가치는 뒷전이 되고 공방전만 남는다.

그동안 평가절차는 사업자의 압도적 승리였다. 지난 10년간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 부동의 비율은 1%대 초반에 불과하다. 환경청 협의만 마치면 개발은 진행되고 시간이 비판을 감춘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환경단체의 대응은 달라졌다. 보존 주장에만 그치지 않고 전문화되는 추세다. 환경단체들 산하에 연구소 등이 만들어지고 구체적 조사를 통한 자료화로 대응한다. 특히 법정보호종과 관련한 동식물 조사에 매우 적극적이다. 수년 간 데이터화해 정보를 축적하고 지자체와 환경청이 검증하는 조사단 활동도 함께 한다.

이러다보니 환경청도 평가 절차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지난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고발해 부산경찰청이 수사한 결과 100건 가까운 사업에서 무더기 거짓·부실 평가서가 작성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멈춘 사업이 없다. 조금 더 늦어질 뿐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경청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개최조차 않는다. 이미 사업은 대부분 끝났거나 공사가 완료됐다. 뒤늦게 재판결과가 나온들 끝난 행정절차를 되돌릴 수도 없다.

보존보다는 개발을 위한 요식절차라는 볼멘소리를 넘어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이 문제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조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사업자가 비용을 지급하는 용역업체 조사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적어도 사업자가 지정하는 용역업체와 객관적인 국가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하고 환경단체가 참관할 수 있게 하면 조사 부실 문제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사업자가 조사비를 국가기관에 납부하고 거기서 조사한 생태계 조사 결과를 제공받는 것도 방법이다. 사업자가 지정하는 용역업체의 조사 시 환경단체가 참관하게 하거나,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조사인원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방법도 현행 제도보다는 현저히 문제를 줄일 수 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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