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형마트, 베트남에서 길을 찾다

2023-11-02 11:08:43 게재
국내 대형마트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중저가 소비시장을 이끌고 백화점이 고가제품 판매를 쓸어가며 대형마트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특히 출점제한과 영업시간 규제도 대형마트 성장 발목을 잡았다.

국내에서 성장세가 멈춘 대형마트들이 베트남에서 조심스럽게 답을 찾는 중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는 롯데다. 베트남 진출 15년차를 맞은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시장에서 태국 유통 대기업 센트럴그룹, 베트남 현지업체인 메가마켓에 이어 3위권으로 분류된다. 10개 업체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베트남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매년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장에서 중산층 소비자가 가장 빨리 늘고 있는 국가다.

롯데마트는 현재 베트남에 16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내년에도 매장 2곳을 추가로 개장하고 매년 1개 이상 매장을 새로 낸다는 목표다. 제품 구성 현지화와 차별화에 중점을 둔 결과 매출이 매년 10%씩 성장해왔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롯데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K-푸드 열풍이다. 식품코너에 떡볶이 김밥 치킨 등 한국 전문 음식점에 현지인들이 긴 줄을 서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9월에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마트 웨스트레이크점은 식품매장을 전체 면적 90%까지 확대했다. 여기서 판매하는 떡볶이 닭강정은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도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호치민 고밥점을 열었다. 이후 인허가 문제 때문에 추가 매장 확보가 주춤했지만 베트남 타코(THACO)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방식을 변경하면서 추가 출점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이마트는 호치민에 베트남 2호점을 열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매입 보관·진열에 이르기까지 이마트 국내 운영 노하우를 베트남 2호점에 심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베트남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40% 늘어났다. 2호점 매출은 불과 한 달 만에 목표치 3배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Z세대는 같은 또래 선진국 젊은이와 비교해 소비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선진국 Z세대는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며 좌절하는 분위기라면, 베트남 Z세대 82%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베트남 Z세대가 가지고 있는 희망과 자신감은 과감한 소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성장 한계점에 봉착한 유통업체들이 베트남에 빨리 진출해야 하는 이유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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