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장바구니 물가 비상, 저소득층 어쩌나

2023-11-07 11:14:48 게재

저소득층 식비 지출비중 44% 넘어 … 생계와 직결

정부 물가TF 가동하며 비상대응 … 실효성 "글쎄"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안정세를 찾던 물가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먹거리와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세다. 먹거리 물가는 저소득층 생계와 직결된다. 저소득층 지출 가운데 먹거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물가관리TF를 가동하고 나섰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단기적인 통제 효과는 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억눌렸던 가격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풍선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세다. 7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24개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급상승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이 절반이 넘고 평균 상승률은 15.3%였다.

품목별로 보면 햄 10g당 가격이 지난해 10월보다 37.7%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케첩(36.5%) 된장(29.6%) 간장(28.6%) 참기름(27.8%) 카레(25.4%) 마요네즈(24.1%)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밖에 생수(16.9%) 우유(13.8%) 설탕(11.3%) 등 필수 식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이 15% 안팎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도 급등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유독 먹거리 물가만 급등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의 물가가 오른 영향이다.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먹거리 물가 부담이 저소득층엔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이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외식비) 지출 금액(13만1000원)까지 더하면 식비로만 월평균 39만원(44.4%)을 지출했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소득 2분위 25.7%, 3분위 22.4%, 4분위 19.8%, 5분위 14.5%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같은 국제 정세악화로 주요 곡물과 유가 등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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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정석용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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