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금융·통신 줄줄이 상생대책

2023-11-08 11:09:55 게재

금융권 '횡재세' 압박에 금리·보험료 인하검토

'시장 자율' 후퇴 … "총선용 포퓰리즘" 비판도

대통령 한마디에 시장은 멘붕(멘탈 붕괴)이다. 금융권은 금리와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앞 다퉈 발표했다. 통신사들은 소비자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요금체계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부도덕 기업'으로 지목된 카카오는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T 플랫폼을 개방하겠다고 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를 내년부터 1.5∼2%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 방안은 이달 중 발표한다. 앞서 보험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냈으나, 은행권과 달리 삼성과 한화 등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인하도 압박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금리 쪽으로만 수익을 내니 서민 고통과 대비해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고 횡재세도 그 맥락"이라며 압박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야당 일각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시장논리나 현실에 맞지 않다'며 일축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11월부터 5G단말기로 LTE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내년 1분기에 현재 4만원대 중후반인 이동통신3사의 최저구간 5G 요금을 3만원대로 내리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의 시스템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우선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T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종사자들을 위해 추진하는 상생 협력 활동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선언했다.

가격을 내린다니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시기와 진정성이다.

8일 현재 내년 4월10일 총선까지는 불과 5개월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최근 행보가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시장주의자를 자처해왔고 매번 '시장자율'을 강조했다. 야당을 좌파라고 공격한 근거이기도 했다.

꼼수와 부작용도 난무하고 있다. 최근 당국이 물가인상에 고삐를 죄자 식품업계가 가격인상 대신 용량 줄이기(슈링크플레이션)로 대응한 것이 대표 사례다. 정부의 기세에 눌린 기업들이 가격인상을 미뤘다가, 총선 뒤 더 많이 올리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김대규 변호사(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은 결국 부작용과 시장왜곡으로 이어진다. 시장과 기업, 정부부처가 충분히 협의해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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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백만호 박소원 고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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