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업체, 전고체 핵심 '고체전해질' 개발에 사활

2023-11-10 11:14:39 게재

AGC, 100년 유리 제조기술 살려 시간과 비용 절감

이데미츠, 30년 전해질 개발 노하우 도요타와 제휴

일본 소재업체가 전고체배터리의 핵심인 전해질의 고체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업종의 업체가 참여를 선언하고, 오랜기간 이 부문에서 성과를 내온 소재기업도 완성차 업체 등과 손잡고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0일 "2차 전지의 혁명으로 불리는 전고체의 핵심 재료인 고체전해질 양산에 소재 및 부품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유리 제조업체인 AGC와 이데미츠흥산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르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GC는 지난 9월 전고체배터리의 성능과 직결된 '황화물 고체전해질' 개발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용 유리 제조에서 세계 최고 업체로 평가받는 AGC는 '요코하마테크니컬센터'에서 1000도 이하의 고로를 통해 황화리튬 등 최대 10종류의 원재료를 녹여 균질하게 혼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원재료를 녹여 균질하게 혼합한 액체를 식히면 전고체전지에 쓰이는 노란색 전해질이 생긴다. 오카다 나오키 AGC 시니어매니저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후발 주자이지만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전해질 양산에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GC는 100년이 넘는 유리 제조에서 얻은 용해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리 제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원재료를 최적의 조건에서 녹이고, 이를 균질하게 혼합해 고체화하는 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유리 제조기술을 응용해 전해질 생산에서 기존 방식보다 화학반응이 빠르고, 제조시간도 1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해질은 전극을 오가는 리튬이온의 수송을 담당하는데 현재는 대부분 액체로 이뤄져 있다. 전고체배터리는 이를 고체로 전환해 배터리의 출력을 높이고, △충전시간의 단축 △주행거리의 확대 △전지의 소형화 등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황화물의 고체전해질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전기차용으로는 '내구성'과 '제조비용'의 문제가 높은 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카다 시니어매니저는 "우리는 대량의 고체전해질이 필요한 전기차용에 부합하는 제조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고체배터리의 제조 비용은 액체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최고 25배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전해질은 원재료비에서 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해질의 양산 비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전기차 보급에서 관건이다. AGC는 2025년까지 대형 시험설비를 구축해, 2027~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전해질을 개발해 왔고 세계적으로 관련 특허출원건수가 2위인 이데미츠흥산은 지난달 도요타와 전고체배터리 양산을 위해 제휴하기로 했다. 원재료에서 배터리제품까지 일관해 개발함으로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도 ??이치 이데미츠흥산 사장은 "전기차 운전자들이 갖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과 충전시간에 대한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기능 재료를 성장 분야로 내걸고 있고 소재 기업의 간판으로 평가받는다. 치바현에 있는 차세대기술연구소에서는 지난 7월 실험용 고체전해질을 생산하는 제2 플랜트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7년에는 치바현에 별도로 양산설비를 구축해 도요타에 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데미츠는 정유시설에서 나오는 부산물에서 전해질의 원료를 추출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원재료에서 합성까지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미쓰이금속도 관련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아주 작은 소립자를 제어하고,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2월 실험용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전고체배터리 관련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관련 특허출원건수는 중국의 2배에 가깝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일본 기업으로는 도요타와 파나소닉, 이데미츠흥산 등이 앞서가고 있다. 최근 한국 업체와 미국과 독일, 중국 등이 정부차원에서 지원에 나서면서 이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전기차배터리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아사히카세이가 처음 발명해 1991년 소니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품화했다"며 "일본의 소재 기업은 다양한 기술적 토대를 가지고 있지만, 최적의 성능과 비용 절감을 실현하려면 업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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