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뇌 임플란트, 수술준비 마쳤다

2023-11-13 11:30:19 게재

뉴럴링크 내년 11건, 2030년 2만여건 수술 … 블룸버그 "그의 허풍, 또 산업재편할지 관심"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로 뇌 임플란트다. 머스크의 회사인 뉴럴링크는 첫번째 임상시험 지원자를 찾고 있다. 외과의사가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면 대형로봇이 일련의 전극과 초극세 와이어를 뇌에 삽입한다. 로봇이 수술을 마치면 두개골 조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25센트동전 크기의 컴퓨터가 삽입돼 수년 동안 작동한다. 이 컴퓨터는 사람의 뇌 활동을 읽고 분석한 다음, 그 정보를 근처의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무선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임상시험의 목적상 이상적인 대상자는 사지가 마비된 40세 미만의 성인이다. 손과 손목, 팔뚝을 관장하는 전운동피질 부위에 뉴럴링크의 임플란트가 삽입된다. 목표는 이 장치로 환자 뇌의 해당 부분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생각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명령어로 변환하려는 뉴럴링크의 핵심 노력이다. 뉴럴링크는 내년 11건 인체 대상 수술을 시작으로 2030년 2만여건의 수술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과 연구팀이 커서로 화면의 물체를 클릭하는 등 환자가 생각만으로 기본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임플란트를 개발했다.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훨씬 더 거창한 약속을 내놓았다. 머스크는 지난 4년 동안 누구나 15분 동안 로봇수술을 받고 나올 수 있는 '유비쿼터스 클리닉'이 곧 등장할 것처럼 이야기해 왔다. 머스크는 2019년 첫 시연에서 "궁극적으로 우리는 인공지능과 공생을 이룰 것"이라며 2020년 인간 대상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 최신호는 "비현실적인 시간표는 머스크가 좋아하는 경영기법 중 하나"라며 "그는 불가능해 보였던 여러가지 꿈을 결국 실현시켰다"고 전했다.

'뉴럴링크'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2020년 뇌 임플란트를 위한 수술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우측 하단은 사지마비 환자 뇌에 삽입될 25센트동전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 AFP=연합뉴스


하지만 로켓·자동차 사업과 달리 신경 임플란트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완벽함을 요구한다. 뇌 임플란트를 서둘러 시장에 내놓고 최상의 결과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두 회사인 '싱크론'과 '온워드'는 뉴럴링크보다 1년 이상 앞서 뇌 임플란트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인체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뉴럴링크는 그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뉴럴링크가 기술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권리보호 단체들은 뉴럴링크가 원숭이와 돼지, 기타 포유류를 대상으로 잔인한 임플란트 실험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BBW는 "그같은 우려는 모두 타당하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실험은 흥미롭다"며 "느리지만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온 이 분야에서 이제 뉴럴링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우아한 뇌 임플란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이 의도한 대로 작동한다면 마비와 뇌졸중, 루게릭병, 청각 및 시각 상실로 고통받는 수백만명의 삶을 기적적인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뉴럴링크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제2의 뉴럴링크를 찾고 있다. 머스크는 다시 한번 뇌 임플란트 산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스페이스X가 발사한 첫 로켓 3기는 폭발했다. 하지만 뇌에 관해서는 다르다. 뉴럴링크 특수프로젝트 디렉터인 시본 질리스는 "첫 3개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지마비 등 환자에 희망의 빛

뇌 임플란트의 역사는 1990년대 기술발전과 함께 시작됐다. 과학은 엄청나게 단순화됐다. 생각은 뉴런을 특정패턴으로 발화하게 하고, 이러한 패턴은 두뇌에 걸쳐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는다. 팔과 손가락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든 없든, 팔과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생각할 때 거의 동일한 뉴런이 발화한다. 컴퓨터 화면의 어딘가를 클릭하기 위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싶을 때도 뇌는 비슷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뉴런의 불을 켠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문자나 단어를 말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실제로 말할 때와 동일한 뉴런이 작동한다. 잘 훈련된 컴퓨터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론적으로는 사용자를 대신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뉴런-영어사전의 각 항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뇌 신호 패턴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한다. 가장 선명한 신호를 얻으려면 센서를 뉴런에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야 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사람의 두개골 외부에 장치를 설치해 수술을 피하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고 간섭이 발생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가장 정확한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뇌세포 바로 옆에 있는 전극에서 나온다.

지난 20년 동안 '유타 어레이'가 가장 우수한 임플란트였다. 유타 어레이는 어린아이 손톱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고 납작한 크기의 사각형 실리콘이다. 약 100개의 미세한 바늘이 나 있다. 유타 어레이를 이식하려면 외과의가 개두술을 시행해 환자의 두개골에 큰 구멍을 뚫은 다음 망치로 작은 바늘들을 뇌에 부드럽게 박아야 한다. 두개골을 봉합한 뒤 두피에 돌출된 금속 포트에 연결선을 배치한다. 수술 후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얼음 조각 크기의 컴퓨터를 환자의 머리에 부착한다.

연구자들은 유타 어레이를 통해 큰 발전을 이뤘다. 연구자들은 이 장치를 사용해 마비 및 기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뇌 활동을 판독하고 번역한다. 이 정보로 만든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자는 간병인 및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로봇팔을 조작해 물건을 집어들 수 있다. 문제는 20년이 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하드웨어의 투박한 디자인이다. 또 유타 어레이는 숙련된 인력이 조작하는 컴퓨터와 기타 장비, 많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연구실 내로 범위가 국한된다.

머스크는 2016년 1억달러의 사재를 털어 과학자 7명과 뉴럴링크를 공동설립했다. 그의 투자규모와 기술 기반에 대한 원대한 약속은 벤처투자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뉴럴링크는 올해만 2억8000만달러를 포함해 모두 5억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다. 대학 프로젝트와 신생 스타트업 등을 포함한 다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리서치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37개 관련기업이 5억6000만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실험실 밖에서 작동되는 뇌 임플란트

이러한 기업 대부분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실험실을 떠날 수 있는 뇌 스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인 임플란트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하고 입력할 수 있는 충분한 컴퓨팅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강력한 무선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가능한 한 적은 배터리전력을 사용하면서 환자에게 자극을 주거나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과열현상 없이 수행돼야 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은 하드웨어 외에도 수천개의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뉴럴링크 임플란트는 두피 아래 두개골과 같은 높이에 설치된다. 또 생각과 클릭을 넘어서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컴퓨팅 성능도 충분하다. 가까운 미래에 고속타이핑은 물론 커서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뉴럴링크는 또 마비된 사람들의 움직임과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척추 임플란트도 연구하고 있다.

뉴럴링크의 공동설립자이자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서동진씨는 "회사의 단기적인 목표는 일반화된 뇌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신경학적 상태가 쇠약해지고 의학적 요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목표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인간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생물학적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경쟁업체가 뉴럴링크를 앞질러 인체실험에 성공했다. 싱크론의 장점은 두개골을 절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스텐트로드'라고 불리는 작은 스텐트 모양의 제품을 만들어 환자의 혈관을 통해 뇌 혈관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신경세포와 바로 맞닿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상의 신호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마비 환자들은 웹 페이지를 탐색하고 SNS메시지를 보내는 데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온워드는 척추에 고정되는 임플란트를 만든다. 이 장치는 전기펄스를 보내 근육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마비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걸음걸이가 다소 삐걱거리는 경향이 있지만, 마비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다시 일어서고 걷는 행위가 종교적 기적과 비슷할 수 있다.

뉴럴링크의 경우 원천기술이 범용 뇌 컴퓨터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럴링크 임플란트는 뇌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극이 1000개 이상인데 반해 경쟁사 기기의 전극은 16개 정도에 그친다. 뉴럴링크 하드웨어는 배터리와 신호 증폭을 포함한 처리, 통신 및 충전 시스템이 중첩된 기기다. 뉴럴링크 배터리는 수시간 동안 지속되며 맞춤형 야구 모자를 통해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여전히 환자의 가슴에 부피가 큰 심박조율기 크기의 배터리 및 증폭기 장치를 이식해 유선으로 임플란트를 연결해야 한다.
 
머스크가 선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핵심 장비와 부품을 자체제조하는 것이다. 이는 재정적 위험을 늘리지만 개발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뉴럴링크는 의료기기업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반도체를 자체제작한다. 특히 저전력과 저발열 요구사항에 맞게 반도체를 맞춤제작한다. 오스틴에 있는 이 회사는 1만2000평방피트(약 337평) 규모의 임플란트 제조라인과 테스트 센터를 갖고 있다. 이곳엔 일종의 합성뇌액으로 채워진 냉장고 크기의 캐비닛이 있다. 임플란트를 가열, 냉각, 충격해 수년간의 마모를 시뮬레이션하는 장비다.
 
수술 중 최우선 과제는 환자의 뇌에 출혈이나 흉터조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뉴럴링크는 약 2미터 높이의 수술로봇도 자체제작했다. 외과의가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면 수술로봇은 전극이 달린 와이어를 뇌에 삽입하는 매우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다. 뉴럴링크는 이 와이어를 '스레드'라고 부른다. 이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 레이저로 가공된 작은 바늘을 갖고 있다. 이 바늘은 각 스레드의 끝에 달린 고리를 연결한다. 이 바늘은 혈관을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각각 16개의 전극이 늘어선 64개의 스레드를 하나씩 뇌 속으로 밀어넣는다. 각 스레드의 두께는 5마이크론, 즉 머리카락 한가닥 지름의 약 1/14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이 이 시술을 시도할 수는 없다. 조직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레드는 얇고 유연하며 튼튼한 혼합물로 설계됐다. 특수폴리머로 코팅돼 수년 동안 변질되지 않는다.
 
10여대에 달하는 뉴럴링크 수술로봇은 양과 돼지, 원숭이를 대상으로 2021년 155건 지난해 294건의 수술을 수행했다. 인간 피험자의 경우 수술 준비와 두개골 절제술에 두어시간이 걸리고 실제 이식에는 약 25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진 부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수천명의 예비환자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뉴럴링크가 첫 임플란트 임상시험 뒤 거쳐야 하는 1년의 평가기간 없이 2024년에도 추가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뉴럴링크는 임플란트 수술 1건당 검사, 부품 및 인건비를 포함해 약 1만500달러 비용이 소요되며 보험사에는 약 4만달러 비용이 청구될 것으로 예상한다. 뉴럴링크는 5년 이내 연간매출이 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내년 11건, 2025년 27건, 2026년 79건의 수술을 수행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문서에 따르면 2027년 499건에서 2030년 2만2204건으로 수술건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동진 부사장은 "미래 임플란트는 128개 이상의 스레드를 갖게 될 것이며, 뉴럴링크의 다음 버전 맞춤형 칩은 배터리 수명을 11시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기기를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시점이 되면 환자들은 베개에 내장된 충전패드를 통해 밤새 임플란트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치 않을 수 있다. BBW는 "2만2000건의 인간 대상 임플란트까지는 아직 먼 거리다. 로켓 오작동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잘못되거나 임플란트가 사람의 뇌로 화학물질을 누출하면 뉴럴링크는 몇년 더 후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론의 허풍이 결실을 맺는다면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크게 개선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싱크론이나 온워드 또는 다른 누군가가 업계표준이 되더라도 머스크는 어느정도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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