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월 산업생산, 예상치 하회 … 경기둔화 가능성 부각

2023-11-17 10:57:44 게재

'계속 실업수당 청구' 2년 만에 최대 … 원유수요 감소 우려에 국제유가 급락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시장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는 등 미국 경기의 둔화 시그널이 잇따라 나타났다. 경기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했다.

◆잇따라 확인되는 경기침체 신호 =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기의 둔화 시그널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0.7% 감소했다. 이는 전월(0.1%) 및 시장 예상치(-0.3%)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위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현재 미국 산업활동이 소비 경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확인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산업활동과 더불어 미국 경기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주택경기 둔화세도 심상치 않다"며 "11월 주택시장체감지수(NAHB)는 시장 예상치인 40을 대폭 하회하는 34를 기록해 2021년 4월(30)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금리 여파가 예상보다 강하게 주택경기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실업수당 청구 8주 연속 증가 = 이런 가운데 고용시장에서도 경기둔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에서 2주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수당을 받는 '계속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 기준으로 집계되는 계속 실업수당 건수는 지난 9월 셋째 주 이후 8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1000건으로 한 주 전 대비 1만3000건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2000건)를 웃돈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가 9월 중순 이후 20만건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WTI 4.9%↓·브렌트유 4.6%↓ = 원유 재고 증가와 함께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다시 나타나면서 국제유가는 5% 가까이 급락하며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72.90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3.76달러(4.9%)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76달러(4.6%) 내린 배럴당 77.42달러로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 모두 지난 7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낸 주간 보고서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가 한 주 전보다 36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혀 공급 우려를 일부 덜었다. 나아가 경기 둔화와 맞물려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유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미국의 부진한 산업생산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에 유가가 더 하락하기 시작했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락의 배경은 일단 중동 리스크 완화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경기 둔화 기대감과 이에 기댄 수급 우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강한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강한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의 둔화 시그널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산유국들은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3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240만배럴에서 250만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4일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유 수요가 9월 하루 171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2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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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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