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업부동산 '나홀로' 호황?

2023-11-17 18:21:37 게재

전세계 주요도시 침체 속

98% 점유율에 임대료 급등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서울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서울 오피스 시장은 모든 임대인의 꿈"이라며 "A등급 오피스 중 98% 이상이 입주해 있으며 임대료는 지난해 대비 15% 상승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 중심부에 위치한 '파르나스타워'의 1개층 공실에 국내외 12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벌일 정도로 공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 'CBRE그룹'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7%에 불과했다. 아시아 평균 19%보다 크게 낮았다.

또 다른 부동산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최용준 상무는 "특히 넓은 공간을 찾는 임차인들은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다"며 "가격이 30% 또는 40% 인상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꺼리면서 기업들이 공간을 줄이거나 퇴거하는 미국의 상업부동산 시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부동산 소유주들은 높은 이자율로 수익률에 더욱 압박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향후 최소 9개월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설적이게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부동산시장 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해외 부동산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자산가치가 대폭 하락해 신용경색 위험을 떠안았다"고 전했다.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 요인, 문화적 선호도, 경제 회복력 등 독특한 조합으로 인해 번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BRE의 한국리서치책임자 클레어 최는 "정부의 재개발 규제와 팬데믹으로 인한 개발계획 차질 등으로 2021년 이후 서울 내 오피스 공급이 부족해졌다. 과거에 비해 공급량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현재 건설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5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와는 다른 직장문화도 한몫했다. 최 책임자는 "서구 경제권에서는 재택근무를 선호하며 사무실 출근을 꺼리는 트렌드가 강하지만, 서울이나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며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하면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는 오피스 수요를 꾸준히 높였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 주력 수출제품의 호조로 관련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이 상업용 시장 임차인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규모를 줄이더라도 전반적인 공간 수요는 유지되는 상황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최근 강남의 17층짜리 오피스타워를 3억8500만달러(약 5000억원)에 매각했다. 2017년 최초 매입가격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인베스코 부동산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이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캘빈 처우는 "미국과 유럽의 동료들이 매도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현재 차입비용이 일반적인 임대수익률인 4%보다 높기 때문에 오피스 거래가 드물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2년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과를 거둔 오피스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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