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연준, 탈도 많을라

2023-11-21 10:54:42 게재

모하메드 엘-에리언

"시장변동 되레 커져"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이 득보다 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칼리지 총장이자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20일 블룸버그통신 칼럼 '말 많은 연준 위원들(Federal Reserve Officials Talk Too Much)'에서 "연준 위원들이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게되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켜 금융사고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연준은 정책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위원들은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려 최선을 다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시절은 지났다. 지난주에만 11명의 연준 고위관리가 20번 연설했다.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이 금융시장의 원활한 기능, 경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 글로벌 시스템 안정성 등에 리스크를 제기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악명이 높았다. 의도적으로 난독을 유도했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는 "그린스펀 의장은 의미는 거의 전달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복잡한 단어를 사용했다"며 "답답한 영어방언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은 벤 버냉키 의장은 2011년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나면 성명서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관행을 시작했다. 이후 이러한 관행은 모든 연준 정책회의의 표준이 됐다. 분기별로 FOMC 위원들의 개별전망 발표, 회의록 공개, 기타 커뮤니케이션의 획기적인 강화, 대상 청중의 확대 등으로 이어졌다. 연준 의장들은 시사대담 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에 출연하고 널리 배포되는 정기간행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엘-에리언 고문은 "소통의 확대는 정책 투명성을 높여 경제와 시장이 보다 원활하게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기반한다"며 "하지만 최근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과 지역은행 총재들의 연설을 정기적으로 접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질서 있는 경제 및 금융 전환을 촉진하기보다 과도한 시장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오락가락 발언도 꼬집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공급측면이 개선되면서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달 9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 연설에서는 그같은 상황 전개가 한계에 다다랐을 수 있다며 추가적인 통화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발언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던졌다.

올해 3월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는 '연준 기자회견의 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2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FOMC 기자회견 동안, 특히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때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었다. 둘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FOMC 성명서 발표 때 주식과 채권시장 움직임이 기자회견이 시작되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CEPR은 "시장의 그같은 방향 전환은 파월 의장의 단어 선택과 체계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엘-에리안 고문은 "보고서 결론을 기반으로 최근 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그 2가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연준의 발언은 신호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노이즈(잡음)를 증폭시키는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시장 분석가와 매매자들은 연준의 지침을 무시하고 있다. 내년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며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 모두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연준 정책 영향력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치적 자율성도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