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경찰 만나기도 힘든데 학교폭력 이관?

2023-11-24 10:54:04 게재
학교폭력과 10대 마약사범 증가세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학교현장의 자정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에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감소한 학교폭력 검거자 수가 정상수업이 시작된 지난해 1만4436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사정이 이쯤 되자 교사를 중심으로 학교전담경찰관(SPO)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장치나 권한 없이 책임만 있는 교사들로선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SPO에 대한 학생들 기대감도 크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의 '교육관련법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학생 90.7%가 "학교폭력이 생겼을 때 SPO가 사실확인을 하는 것이 더 공정·정확하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런 요구를 수용해 학교폭력 조사업무 이관을 위한 SPO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의 고충을 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심각한 학교폭력을 경찰이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언급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SPO 이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 SPO 정원은 1022명이다. 경찰관 한 명이 약 12곳가량을 맡고 있다. 담당 학생 수는 5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휴직·파견자 등을 포함하면 담당 학교 수와 학생 수는 이보다 늘어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PO 존재 자체를 몰라 학폭 사건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경찰관 입장에서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겠지만 불안감은 커진다.

사실 SPO 증원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경찰관 1명이 학교 2곳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약속했다. 경찰관 1인당 학생 수를 800명대로 줄여 SPO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대선 후 경찰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SPO를 5년간 5000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동결 기조에 막혀 경찰청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실효성의 전제조건인 '최소한의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추진하는 정책이 결국 공염불에 그친다는 것을 국민들은 수없이 경험했다.

학교폭력을 줄이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약속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대검찰청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8395명 중 10대는 481명이다. 2018년 143명과 비교하면 세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이미 전년의 두배가 넘는 988명이 검거됐다. 심상치않은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세도 SPO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