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권 스타트업 투자 규제 완화

2023-11-24 10:56:24 게재

설립 10년 이상 기업에도 5% 이상 출자가능

"기시다 총리,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일환"

일본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자본시장 활성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금융청이 은행의 규제완화책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도록 할 것"이라며 "리스크가 큰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 중심가에 나란히 늘어선 시중은행 간판. 사진 일본민영방송 FNN 유튜브채널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은행계열 금융그룹 등이 투자전문회사를 통해 설립 10년 미만의 기업에 한해 5% 이상의 출자가 가능하도록 한 규제를 완화해 10년이 넘은 기업에 대한 출자도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은행이 신흥 벤처기업에 리스크가 큰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신약 등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방침에 기초해 내년 6월까지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은행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은 시중은행이 특정한 산업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가진 은행권 투자전문회사를 통해 최대 100%까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특례조항이 있다.

이 특례조항에 따르면, 설립한 지 10년 미만인 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10년이 넘은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10년이 넘은 기업의 경우 15년 또는 20년 등 추가적인 제한을 둘지는 업계의 요구를 수렴해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신약 개발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60% 이상의 기업이 새롭게 기업을 공개(IPO)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투자자의 요구와 연구개발의 기간이 어긋난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일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조달자금은 2022년 기준 약 9000억엔(약 7조83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벤처캐피털회사(VC)를 통한 경우가 약 3700억엔(약 3조22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41.1% 수준이다.

이들 VC의 투자규모도 건당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의 전체 투자규모는 지난해 기준 300억엔(약 2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번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수백억엔 규모의 신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VC가 충분하게 성숙하지 못했고, 스타트업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고객의 예금을 취급하는 은행은 출자에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기시다 정권이 과도기의 조치로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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