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기대감에 설레는 한국 오사카엑스포 앞두고 우려 큰 일본

2023-11-28 10:56:34 게재

인공섬 행사장 건설 준비상황 크게 늦어져

건설비 당초 추산보다 2배 이상 소요될 듯

등록엑스포 세번째 개최, 국민적 지지 줄어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조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2025년 오사카엑스포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 주요 언론은 오사카·간사이국제박람회(엑스포) 개최까지 500일을 앞두고 관련 준비상황 등을 점검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행사장 준비가 더딘 것과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비용, 국민적 관심의 저하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오사카국제박람회(엑스포)는 2025년 4월부터 6개월 기간으로 오사카만 인근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열린다. 사진은 오사카엑스포 행사 예정지인 유메시마 최근 현장 모습. 사진출처 일본민방 TBS 유튜브채널


아사히신문은 28일 오사카엑스포에 추가적으로 800억엔(약 7000억원) 이상 더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에 나온 2350억엔(약 2조550억원)과 합쳐 총 3150억엔(약 2조76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엑스포준비위는 지난달 당초 행사를 개최할 때 추산했던 예산(1250억엔)에서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오사카엑스포 관련 예산이 논의됐다. 현재까지 최종 예산 규모는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는 전제로 행사장 건설비(2350억엔)와 별도로 '일본관' 건설에 360억엔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참가비 지원(240억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예산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예산과 관련) 가능한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입헌민주당 츠지모토 키요미 의원은 "비용의 전체적인 규모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해외 참가국의 전시장 건설 등이 더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야모토 요이치 일본건설업연합회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에 맞출 수 있는 데드라인이 이미 지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공사 진척 정도로는 오사카엑스포가 개막하는 2025년 4월까지 행사장을 완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야모토 회장은 각국 전시장 건설에 필요한 국가별 설계 및 시공 관련 계획서가 제대로 취합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했다.

일본 건설업계에 따르면, 자국의 비용으로 전시장을 준비하는 'A형'의 60개 국가 가운데 이달 10일까지 관련 계획서를 제출한 나라는 24개 국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건설 자재값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다. 일본 건설물가조사회에 따르면, 2015년 평균 100을 기준으로 올해 10월 오사카 지역 건설자재 물가지수는 138.9로 4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도 7.1%나 급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체와 일본 정부와의 건설비 교섭에서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행사장 건설이 크게 늦춰지면서 당초 내년 7월까지 건설공사를 마치려던 계획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일본 경영컨설턴트업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가 예산을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이 적자를 각오하고 수주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단기간에 공사 기한을 맞추려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26일 오사카엑스포 개최까지 500일을 앞두고 준비상태와 문제점 등을 점검하는 특집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엑스포준비위에만 맡겨둬 행사장 준비 등이 늦어지는 문제와 함께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더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오사카엑스포 행사장 준비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교도통신이 이달 3∼5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사카엑스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8.3%에 그쳤고,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68.6%로 압도적이었다. NHK 조사에서도 엑스포 예산 증액에 대해 '국민부담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7%에 달했다.

일본 국민들 안에서 엑스포 개최에 대해 거부감이 큰 데는 이미 등록엑스포만 세번째 유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1970년 처음으로 오사카엑스포를 유치했는 데, 당시는 전후 패전의 아픔에서 고도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은 2005년에도 나고야를 중심으로 등록엑스포인 아이치엑스포를 개최했다.

한편 국제박람회기구(BIE)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현재 우리나라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곳이 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유치위는 이번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종 투표결과는 한국시간 29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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