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심리와 지표간 괴리 커

2023-12-04 11:03:14 게재

FT "경제현실에 부정적"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이 4.9%에서 5.2%로 상향조정됐다. 미국인 중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주요 경제지표가 양호한 상황에서 미국경제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수가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미시간대가 발표한 '현재 경제 상황 지수'에 따르면 상황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10%p 많았다.

지표와 심리의 이같은 괴리는 일단 인플레이션 탓으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지면 다른 유무형의 이익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각국도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보다 더 가파른 곳도 많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데이터분석가인 존 번 머독은 각국의 기본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예상 소비자심리를 계산한 뒤 이를 실제 심리와 비교했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각국의 소비자심리와 다양한 경제지표 간 통계적 연관성을 확인한 뒤 그같은 관계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2020년 1월 이후 상황을 살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는 경제지표에 기반해 산출한 예상 심리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FT가 여론조사 전문기업 '포컬데이터(FocalData)'에 의뢰해 2023년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성인 2217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상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일관되게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미국인 73%는 지난 1년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항목에서 미국인 90%는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앞질렀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제지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하락했고, 임금은 물가보다 많이 올랐다.

장기적 발전추이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미국인 60%는 오늘날 중위소득 생활이 30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68%는 1세대 전보다 빈곤율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표상으로는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

한편 경제 심리와 경제 현실의 괴리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경제 심리에 대한 미시간대의 정기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오바마정부 때엔 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비심리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트럼프정부 때엔 공화당 지지자들의 심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FT는 "미국인들이 경제상황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면 설문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소비패턴을 살펴봐야 한다"며 "지출에 신중한 유럽인들과 달리 미국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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