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조업 재고, 2조1200억달러 넘어

2023-12-05 11:20:24 게재

올 9월 말 기준, 코로나19 전보다 28% 증가

"공급망 정상화로 생산 늘었지만 수요 감소"

중국경기 침체로 재고누적 장기화 가능성도

전세계 제조업 재고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이후 막혔던 공급망이 복원되면서 생산은 늘었지만, 중국 경기의 부진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감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전세계 제조업 재고가 코로나19 확산 전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주요 기업의 재고는 2조123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말(1조6576억달러) 대비 28.1% 늘어난 규모이다. 다만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은 재고를 보였던 올해 3월 말(2조2014억달러)에 비해서는 777억달러(3.5%) 감소했다.

재고의 심각성은 금액뿐만 아니라 '재고회전일수'에서도 드러난다. 재고가 며칠이면 소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올해 3분기 기준 87.2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길었던 2020년 2분기(91.6일)에 비해서는 소폭 줄었지만, 올해 2분기에 비해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회전일수를 산업별로 살펴보면, 계측·제어기계 등을 다루는 '전자장치 및 기계' 부문은 140일로 역대 최장기간을 보였다. 산업기계 부문도 112일로 최근 10년내 최고치를 보였다. 전체 40개 가량의 산업 가운데 70% 이상이 전년도 동기에 비해 재고회전일수가 길어졌다. 다만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반작용으로 노트북 등 컴퓨터하드웨어 부분은 재고회전일수가 올해 3분기 기준 56일로 감소해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9월 말 기준 재고액이 많은 주요기업을 살펴보면, 대만의 전기전자업체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239억달러로 2019년 12월 말 대비 39% 증가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는 177억달러로 같은 기간 71% 늘었고,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도 159억달러에 달해 27% 가량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재고액수는 110억달러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같은 기간 142%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재고가 이처럼 쌓이는 데는 중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기업 화낙은 "중국내 설비투자의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공장자동화 기계의 재고조정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이킨공업도 중국내 사정과 관련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가운데 좀처럼 업계의 유통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럽도 심각하다. 스웨덴 산업기계 부문 샌드빅은 유럽내 재고 조정과 관련 "공급망 전체의 조정은 당장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견조한 북미지역에서도 미국의 엔진 대기업 커민스도 높은 유통재고를 안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는 북미지역의 건설경기 침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고의 확대는 기업의 자금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 4353개사 가운데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4076개사의 직전 연도 순이익은 총 9459억달러로 코로나19 전에 비해 42% 증가했지만, 현금흐름은 1억3752억달러로 같은 기간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고 증가에 따라 영업 현금흐름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평가다.

재고가 이른 시간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불투명하고, 미국 경기도 개인소비를 중심으로 침체 가능성이 나온다"면서 "과잉 재고 해소의 시기는 현재로서 전망하기 쉽지않다"고 했다.

이처럼 재고 해소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재고관리 전략도 일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지금까지 재고관리에서 효율성을 추구했던 주요 제조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만일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두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하지만 재고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급망의 정상화와 함께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회귀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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