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영호남 철길 하나 더 내겠다는데

2023-12-06 11:06:04 게재
1984년 국토개발연구원의 '88올림픽고속도로의 기대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는 "나제통로 개설 이후 실로 천수백년 만에 88올림픽고속도로가 개설되어 영호남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고 남부의 4도가 한울타리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88올림픽고속도로는 영호남간의 시간과 공간을 잇는 마음의 가교가 되어 잠자고 있던 남부내륙지역을 흔들어 깨우고 인적, 물적인 교류를 촉진하는 등 다방면에 막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제통로는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덕유산 무주구천동 입구에 있는 높이 3m, 길이 10m의 바위굴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경계지역으로 양국의 교류통로였다는 설도 있으나, 실은 1925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터널로 1963년 관광목적으로 '나제통문'으로 이름을 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영호남의 교류는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980년 9월 전두환 대통령이 지시해 1981년 10월 착공, 1984년 6월 이후 개통한 2차선 고속도로다.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 당시 경북 달성군 옥포면까지 총연장 175.3㎞로 5시간 거리를 2시간 30분의 '반일생활권'으로 앞당겼다. 이 고속도로는 2015년 12월 애초 계획대로 전구간 4차로로 확장되면서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바뀌었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는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 후 40여년 만에 영호남간 철길 개통을 두고 찬반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서명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제출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 이견없이 헌정사상 최다 국회의원 발의로 제출돼 입법부의 힘이 잔뜩 실렸지만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막혀 12월 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한다.

법안은 5일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되고 7일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된다. 행정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통과될지 영호남민의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실정을 외면하고 오직 경제성만 따져 '되고, 안되고'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영호남의 한 목소리다. 대선 때 공약으로 채택했고 지방시대 개막을 표방하며 출범한 윤석열정부가 전두환정권보다 지방사업을 보는 시각이 후진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사업은 경제성과 사업성의 잣대로만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88올림픽고속도로 건설의 관점에서 달빛고속철도를 바라보고 판단한다고 해서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나라 살림이 거덜날까?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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