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브로커 사건 '뇌물장부' 열리나

2023-12-07 10:47:48 게재

"돈 건넨 기록 핸드폰에"

코인 사기범 동생 증언

전남 검·경 브로커 사건이 정치권 로비와 지자체 관급자재 납품 비리 등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사건브로커 성 모(61·구속)씨에게 18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던 가상화폐 사기범 탁 모(44·구속)씨가 정치권과 관급자재 납품 의혹 등을 언급해서다. 특히 탁씨 동생은 휴대전화에 뇌물을 건넨 구체적 기록이 정리돼 있지만 검찰에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씨 형제는 지난 5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용신) 심리로 열린 성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탁씨 동생은 이날 증언에서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에 돈을 마련하는 과정이나 돈을 건넨 정황을 날짜별로 정리한 것이 있다"면서 "가족 중 한 명이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그 휴대전화를 대신 사용하라고 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 때문에 수사기관에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복원)을 하면 기록을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필요하다면 휴대전화를 복원해 기록이 남아있다면 제출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씨 형제는 이날 지난 2020년 12월 9일과 22일, 27일 성씨에게 11억원을 전달한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증언했다. 탁씨 동생이 언급한 휴대전화가 복원될 경우 검·경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탁씨는 이날 재판에서 정치권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탁씨는 2020년 12월 9일 광주시 염주동 한 식당에서 성씨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관련해 "당시 성씨가 검찰 고위 간부와 모 지방경찰청장(당시 경무관), 전남 지역 국회의원 비서관, 6급 검찰 수사관(구속)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소개해 줄 테니 인사비로 1억원을 가져오라고 했다"면서 "코인을 환전해 마련한 돈 1억원을 동생을 통해 식당 근처에 주차돼 있던 성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줬다"고 밝혔다. 탁씨 증언을 계기로 지역 정가에선 정치인 3~4명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탁씨는 관급자재 납품 의혹과 관련해서도 "2020년 12월 뇌물을 주러 만난 자리에서 성씨가 창호 업체와 관련해 이야기했다"면서 "뇌물사건 일을 봐주는 (업체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그곳에 관급공사 일이 많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전남지역 일부 단체장들이 성씨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관급자재 납품을 도운 것으로 보고 전남 지자체에 최근 3년간 관급자재 납품실적을 받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6일 성씨의 경찰 인사 개입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장과 광주경찰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탁씨는 지난해 9월 성씨에게 거액을 줬는데도 사건이 무마되지 않자 불만을 품고 검찰에 성씨 비리를 제보했다. 검찰은 지난 8월 성씨를, 10월 탁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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