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아세안, 우호관계 50주년 맞아 경제협력 강화 모색

2023-12-12 11:14:08 게재

일, 동남아 직접투자액 누적 300조원 … 아세안, 2030년 GDP 일본 넘어설 듯

인력부족 일본 노동시장 지탱 … 중국 '일대일로' 따른 영향력 확대에 위기감

이번 주말 도쿄서 정상회담

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제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오랫동안 아세안 역내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이 경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1일 일-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이달 17일 도쿄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의 향후 협력 방안 등을 담은 공동성명과 구체적인 실시계획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양측이 오랜 기간 함께 쌓아온 신뢰를 기초로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이번 정상회담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팜 민 친 베트남 총리 등 아세안 국가 정상급 인사가 대부분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0일 "일본과 아세안이 우호협력 관계를 맺은 지 50년을 맞아 앞으로 50년을 향한 새로운 협력의 방향성을 논의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최전선인 아세안에 일본은 파트너로서 어떠한 존재가치를 보여줄지 주목된다"고 했다.

일본에게 아세안이 가지는 경제적, 외교적 가치는 막대하다. 태평양전쟁 당시 침략을 당한 아세안 각국과 일본은 전후 상당기간 교류가 지지부진하다 1960년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 동남아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현지 국가와 각종 통상마찰이 일어났다. 특히 일본의 값싼 합성고무가 밀려들면서 천연고무 산업에 타격을 받은 말레이시아가 크게 반발하고 이 과정에서 아세안이 중재에 나서면서 보다 진전된 협력이 시작됐다.

일본은 이후 1985년 플라자합의로 초엔고를 맞아 주요기업이 아세안 각국에 대한 현지 직접투자를 빠르게 늘려갔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반도체 등 제조업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전세계 무역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 현지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늘려나갔다.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일본-아세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왼쪽 다섯번째)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여섯번째) 등 아세안 국가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기업의 이러한 40여년에 걸친 아세안지역에 대한 투자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 비중은 2021년 기준 아세안이 29.4%로 중국(28.8%)을 근소하게 앞선다. 하지만 직접투자 잔액을 기준으로 같은 기간 아세안은 32조5000억엔(약 292조5000억원)으로 중국 현지 투자의 두배에 달한다.

아세안은 무역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 국제협력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무역상대국 또는 지역 가운데 아세안은 14.9%로 중국(22.9%)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한다. 아세안 국가들 입장에서도 일본이 차지하는 무역 비중은 7.8%로 EU(8.4%)에 이어 네번째를 차지한다.

아세안은 앞으로도 중요한 경제적 협력 대상이다. 닛케이는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일본의 70%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세안의 경제적 성장이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아세안은 기업의 직접투자와 무역규모뿐만 아니라 인적교류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자국내 산업에서 인력부족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 출신 노동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82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베트남이 46만2300명(25.4%)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11.3%)과 인도네시아(4.3%) 등 아세안국가 출신이 압도적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아세안국가 출신 인력의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아세안과 관계를 보다 확고하게 하려는 데는 한국과 중국, 특히 중국의 지역내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하면서 자국의 존재감이 약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다.

닛케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아세안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물론 통상에서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다"며 "일본이 향후 지역내에서 어떻게 존재감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커다란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과 아세안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의 파트너십 관계를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측이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협력을 해나가는 데 합의하고,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물적, 인적 교류와 협력, 경제적 투자와 통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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