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내집마련 꿈 점점 멀어져

2023-12-12 11:14:08 게재

WSJ "장기저리 셈법 옛말"

미국에서도 내집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주택을 임차하느니 장기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셈법이 무너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각) "주택임차 비용이 오르고 있지만 자가소유 비용이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집을 보유하는 게 이익이라는 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의 신규모기지 월평균 비용은 아파트 월세보다 52% 높다. 대도시로 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시애틀이나 오스틴, 캘리포니아 여러 도시의 경우 자가소유 비용은 주택임차 비용보다 175% 이상 비싸다.

많은 잠재적 매수자들은 상승하는 주택가격에 녹초가 됐다. 게다가 모기지금리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집값이 치솟았지만 당시 모기지금리는 낮았다. 이젠 모기지금리가 치솟으면서 많은 이들은 두손을 들고 있다. 모기지금리는 지난주 약 7%로 하락했다. 수개월래 최저치다. 하지만 2년 전보다 2배나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모기지금리가 뛰면 주택거래가 둔화되고, 그 결과 집값이 하락한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주택판매는 둔화됐지만 집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10월 미국 주택 중위값은 39만2000달러(약 5억2000만원)였다. 199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WSJ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 월 2000달러 주택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40만달러 이상의 주택을 모기지로 살 수 있었다. 지금은 29만5000달러 이하의 주택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생애첫 내집마련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해 주택 구매자의 약 1/3이 처음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었다. 역사적 평균인 38%보다 낮았다. 이들의 중위연령은 35세로,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36세의 뒤를 이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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