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버스정류장 온열의자와 탄소중립

2023-12-13 11:01:06 게재
서울시가 시내버스 정류장에 온열의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만 1241개를 추가로 설치해 서울시내 전체 버스정류장 4220개 중 3433개가 온열의자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비율로 따지면 81.35%다.

시민 만족도는 높다. 올해 버스를 이용한 시민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92%가 만족했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야외에서 버스를 기다려본 이들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만족하지 않았다는 8% 답변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온열의자를 설치한 상당수 지자체는 무더운 여름이면 냉방의자로 바꾼다. 의자뿐 아니다. 겨울철 버스정류장 칼바람을 막아주던 '무슨무슨 텐트'는 줄줄이 '스마트 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바람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황사를 막고 심지어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다. 비슷하게 여름에 따가운 햇살을 막고 잠시나마 그늘을 드리우는 횡단보도 앞 그늘막도 첨단 옷을 입는다. 날씨를 파악해 자동으로 접히고 펼쳐지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공공정책을 홍보하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각 지자체가 모두 조사하지는 않았겠지만 각각의 사업에 대한 시민 만족도는 온열의자 못지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가지 궁금해진다. 시민 편의는 '절대 선(善)'일까. 시민 만족도가 정책 추진에 있어 주요 기준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절대 척도일까 하는 점이다.

때로는 시민들이 기꺼이 불편을 감내하도록 유도해야 할 정책이 있다. 환경 분야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물론 모든 지자체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시민들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가급적 줄여 지구온난화라는 더 큰 재앙을 막자는 취지다. 이윤이 우선인 기업도 필요한 전력을 2050년까지 모두 재생에너지로 구매하거나 스스로 생산하겠다는 국제적 흐름(RE100)에 함께하고 있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을 우려해 지자체에 온열의자 설치와 운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반쪽짜리 답이다. 시민 편의를 이유로 온열·냉방의자와 스마트 쉼터를 확대해야겠다면 거기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부서가 달라서 함께 고민할 수 없는 건가?

에너지 자립과 시민 편의는 양립 불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대척점에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양립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조금 더 고민하면 된다. 특히나 공무원은 한 분야에서만 근무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를 순환하면서 일한다. 오늘은 교통이지만 내일은 기후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 내일의 일거리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오늘 조금 더 고민하면 어떨까.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