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도서관 |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근대 자료 발굴해 문화재 등록 … 보존·디지털화에도 역점

2023-12-14 10:53:28 게재

전시 통해 국내외 연구자, 일반인들과 소통 … 한국학 연구의 시작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중장기 발전전략' 기반으로 조직에 활력

11일 경기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 1층 로비에서는 '우리책의 장정과 장정가들'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신식 인쇄술이 도입된 1883년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70여년 동안 근대 우리책들의 장정과 표지화에 주목하는 전시로 전시 대부분이 한국학도서관 소장본으로 이뤄졌다.

11일 경기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 1층 로비에서 '우리책의 장정과 장정가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이의종


◆유명 화가들이 그린 표지화 = 근대 시기 유명 화가들은 우리책의 표지를 직접 그렸다. 책 표지에서 관람객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인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나혜석 등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경미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장은 "이번 전시는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당대 작가들은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책의 표지를 부탁했다"면서 "전시에 대해 미술 전문가들의 관심이 매우 높으며 인근 학교 학생들도 단체 관람을 하곤 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툴 '패들렛'을 활용해 방명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으며 관련 디지털북도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학도서관은 4000책 이상의 근대 자료를 포함해 50만여책의 장서를 보유하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독립부서로 자리하는 전문도서관이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 한국학 연구의 시작을 알린 기관으로 한국학 연구는 물론 국제 교류, 대학원 과정에서 한국학 연구자 양성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학도서관은 한국학 관련 연구자, 교수, 학생 및 유학생, 해외 지원·교류 사업으로 연구하는 해외학자 및 교수 등을 대상으로 근대 이후의 자료들과 현대서 논문 외국서 등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 자료 위주로 서비스한다.

처음 한국학도서관은 조선 왕실의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는 장서각에서 시작했다. 2011년 장서각이 신축 이전하면서 한국학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근현대 중심의 한국학 학술자료 중심으로 수집하며 별도 부서로 독립하고 공간을 갖췄다.

한국학도서관 전경. 사진 이의종


◆소장 근대 자료에 대한 전문성 갖춰 = 한국학도서관은 소장 근대 자료를 발굴하고 보존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소장 자료인 '구마검'(1908년 초판본) '금방울'(1921년 초판본) 등 2책의 근대 자료를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구마검'은 근대 신소설 대표작가 이해조의 작품이다.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희소성과 유일성을 인정받았다. '금방울'은 현전하는 최초의 번역동화집으로 희소성이 매우 높으며 표지의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이 팀장은 "근대 자료는 고문헌에 비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다 1990년~2000년대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등이 등록문화재가 되면서 근대 자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로 관리를 했는데 2018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시·도등록문화재의 등록을 받고 관리를 하게 됐다"면서 "경기도를 통해 보다 가깝게 관리를 받을 수 있고 소장 자료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 시·도등록문화재 등록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학도서관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에 '이런 책 저런 얘기' 코너를 신설하고 소장 근대 자료 중 의미 있는 자료들을 꾸준히 소개했다.

해당 코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들뿐 아니라 외부 관계자들에게도 알려져 해당 자료와 관련해 문의를 받거나 제보를 받는 등 해당 자료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문화재 등록 추진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자료의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서지 정보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다른 도서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련 서류를 제출한 이후에는 경기도 문화재위원들이 방문해 현지조사를 했다. 이같은 과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자료에 대한 전문성과 관련 경험이 필수다.

◆사서 직무 체계 개선에 중점 = 한국학도서관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22년 수립한 '중장기 발전전략'이 있었다.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한국학도서관은 대학도서관과 전문도서관 9곳을 대상으로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학도서관은 이를 기반으로 근대 자료 발굴과 활용 및 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기로 하고 사서들이 관련 업무에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직무 체계를 개선했다. 근대 자료 중심 전문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고자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학술정보 서비스 중심으로 직무를 운영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비슷한 시기에 사서직 인력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조직 전반적으로 활력을 찾게 됐다.

이에 따라 2022년 문화재 등록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한국도서관협회의 한국도서관상을 수상했다. 이어 10월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

근대 자료를 유해가스 흡착 시트로 둘러싸 보존한 모습. 사진 이의종


◆근대 자료, 중성지 보존 상자에 보관 = 한국학도서관은 근대 자료들의 보존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일제 강점기 때 출판된 근대 자료들은 당시 출판환경이 열악해 종이의 질이 좋지 않고 산성화돼 황갈색으로 변색되거나 부스러지는 경우가 잦다.

이에 고문헌의 보존을 전문적으로 하는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의 협조를 받아 자료의 상태를 점검하고 자료의 등급을 나눴다. 등급에 따라 중성지 보존 상자를 만들어 보관을 하고 유해가스 흡착 시트로 둘러싸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근대 자료의 디지털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자체 사업을 통해 400책을 디지털화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의 '코리안 메모리' 사업을 통해 해마다 1000책 이상의 근대 자료들을 디지털화한다.

나아가 근대 자료의 발굴 및 확산 측면에서 전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2017년부터 관련 전시를 꾸준히 해왔고 인근 학교나 공공기관과 연계해 찾아가는 전시를 펼쳐왔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멈췄다가 2022년 신소설과 고소설 등을 신식 인쇄술로 출간한 책인 '딱지본'을 다룬 '이야기책, 딱지본'으로 다시 시작했다. 전시는 한국학에 관심을 갖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한국학도서관의 소장 자료를 선보이는 자리가 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찾아와 관람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전시를 하니까 '한국학도서관에 이런 자료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도서관의 희귀한 자료를 보여주고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학도서관은 대학원과정 4개 학부 16개 전공에 주제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남시 공공도서관을 통해 성남시 주민들에게 대출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 9월까지 성남시민들 대상으로 250여책의 대출이 이뤄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문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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