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초선 3명 불출마 선언과 '여의도 체질'

2023-12-18 11:53:26 게재
더불어민주당이 4년 전에 영입한 지역구 초선의원 3명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지' 한번 달기 위해 인생을 던진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왜 그 배지를 '한줌의 먼지'처럼 내던졌을까.

수차례 고심을 거듭하며 다듬었을 '불출마 선언문'을 들춰봤다. 그곳엔 오랫동안 국회 밖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와 보고 느낀 국회와 국회의원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방관' 오영환 의원은 "오늘날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정치현실"을 꼬집었다. "모든 문제가 극한대립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질 못하며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법농단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정치권에 입성한 이탄희 의원은 "대선을 이겨도 증오정치가 계속되면 그 다음 대선에서 윤석열보다 더한 대통령,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다"며 "정치인들끼리 정권교체만 무한반복하면서 사람들의 삶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면 그런 정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증오정치는 주권자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래의 위험을 경고한 '경제통' 홍성국 의원은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구조가 가진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지적과 비판이 여의도 정치권에는 별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 상당수는 "이들이 여의도 정치와 지역구 관리에 맞지 않는 '체질'"이라고 했다. "자기 원칙과 주관이 너무 뚜렷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이 이럴 줄 모르고 들어 왔냐'는 투다. '불출마'의 원인이 정치권이 아닌 개인의 성향 정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증오정치 후진정치 진영정치가 '당연한 것'으로 돼 버린 모습이다.

증세 진단과 처방전이 나왔지만 약을 먹거나 수술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남 얘기하듯 '비평가'나 '평론가'처럼 말하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무슨 수를 쓰든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마약 같은 진통제'를 반창고처럼 붙여놓고 연명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고쳐 쓰기 어려운' 임계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이미 임계점을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22대 총선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 사그라지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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