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침체, 제조부문으로 확산

2023-12-19 10:52:04 게재

일부 기업들, 급여 삭감 및 무급휴가 실시

제조업 생산 안정화 위해 정책 지원 시급

중국의 공식 실업률 데이터는 안정적인 수치를 가리키고 있지만 민간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수요 부진으로 생산을 멈추고 직원들은 무급휴가와 감원이라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동부 장쑤성 후이안의 한 철강공장 모습. AFP=연합뉴스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도시조사실업률이 3개월 연속 5%로 정부 목표인 5.5% 내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침체된 시장 상황 속에서 수개월간 무급휴가나 감원을 실시했다는 우려스러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에 위치한 민영 알루미늄 생산업체 '골든 월드 이노베이션 알루미늄'은 계속되는 부동산 위기로 인해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5개월간 휴가를 실시했다.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골든 월드 이노베이션 알루미늄은 직원들에게 내년 4월 초까지 포산시 노동법에 따라 허용되는 최저 월급인 1900위안(약 34만원)의 80%, 즉 정규 수입의 1/3 이하만 받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인근 광시성 출신인 50세 퉁은 "10년 가까이 이 공장에서 일했는데 9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중국의 각 지방과 도시에서는 기업 내 일자리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발표나 언론 보도를 제외하고는 생산 중단이나 무급휴직 연장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

11월 초에 발표된 포산시 정부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포산시의 제조업 수요가 3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기는 했지만 서비스업에 비해서는 2분기 연속 뒤처졌다. 보고서는 "국내외 경제 역풍으로 인해 제조업 운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1월부터 11월까지 국가 부문의 고정자산 투자가 6.5%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민간 부문 투자는 0.5% 감소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통에 따르면 이 회사는 부동산 호황기에 2017년 이후 미국이 부과한 관세 등 외부 충격을 상쇄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주문을 받았다. 40대 숙련공이 주당 60시간 정도 일하면 한 달에 7000위안(약 127만원) 이상을 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문이 감소하면서 한달에 약 4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업체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는 "부동산이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었던 시절에는 알루미늄 제품이 모든 곳에서 필요했고 전 세계로 수출됐다"면서 "하지만 올해 부동산 위기가 너무 컸던 것 같다. 필요한 노동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는 더욱 심화돼 여러 부문에 걸쳐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중부 허난성 탕인현의 '야신제철그룹'도 지난달부터 2월 중순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둥성에서 건물 기초를 굴착하는 소형 파일링 회사 소유주인 레이몬드 정은 이미 6월부터 대부분의 직원이 무급휴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조달 사슬이 깨졌고 생산·제조와 유통·판매의 많은 기업이 지급능력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플라스틱 생산업체, 인쇄 산업 등 다른 부문에서도 둔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의 조업 중단은 노동자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인근 상점, 레스토랑, 호텔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이자 정부 고문인 정융녠이 이끄는 싱크탱크의 보고서는 "신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민간 기업들은 계속 주저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저우 그레이터 베이 지역 연구소의 보고서는 정부가 2024년 민간 기업의 투자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내수 회복과 제조업 생산 안정화를 위해 더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광저우 소재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학회의 펑펑 회장은 "수출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이 이번 겨울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당국은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지원 정책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파리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중국이 국가 경제의 기둥인 부동산을 대체할 만큼 강력한 신흥 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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