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많이 걷는 큰정부 시대 온다

2023-12-19 10:52:04 게재

한·미·일 등 GDP 대비 세수 ↑

WSJ "인플레로 사실상 증세"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사실상 증세 효과'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와 일본 한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의 세수가 경제생산량 대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각국 정부가 세율을 인상했기 때문은 아니다. 이른바 '피스컬 드래그(fiscal drag)'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재정(피스컬)'과 '지연(드래그)'을 합친 피스컬 드래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와 임금이 모두 상승하면서 납세자들이 높은 세율구간에 진입했지만, 정부가 세금 기준선을 그에 맞춰 상향하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리는 경우를 말한다.

WSJ는 "이는 거대정부를 향한 트렌드를 보여준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미중 지정학적 분열을 거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고령화인구에 대한 보살핌의 필요성, 기후변화와의 싸움 등도 거대정부 필요성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는 2019년 25%에서 지난해 거의 27.7%로 증가했다. 클린턴행정부 시절 짧은 예산통합 기간을 제외하면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지난해 GDP 대비 세수는 각각 46%와 39%에 달했다. 두 나라 모두 1965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정부는 지난주 내년도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에너지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발표했다. 유럽에 비해 GDP 대비 세수 비중이 낮았던 일본(34%, 2021년)과 한국(32%)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는 "GDP 대비 세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세수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는 의미로,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가계지출과 기업가 정신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다.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OECD 세금통계 담당 공무원인 커트 반 덴더는 "국채금리(차입비용)가 상승했는데 국방예산에서 고령화인구 복지,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국가지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세수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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