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차세대 반도체산업 도전

2023-12-21 10:45:23 게재

화합물반도체에 주목

국내 처음 센터 개소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한 전남도가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은 '화합물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화합물반도체 국내 시장은 아직 개척 단계이며, 정부와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계 동향을 먼저 파악한 전남도가 생태계 조성에 성공할 경우 기업 유치를 선도할 전망이다. 화합물반도체는 실리콘처럼 단일 원소가 아닌 두 종류 이상 원소 화합물로 만든 반도체다.

2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와 목포대학교가 지난 19일 화합물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화합물반도체센터를 국내에서 처음 개소했다. 센터 개소에는 전남도가 30억원을, 무안군이 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목포대에 개소한 센터는 화합물반도체 설계부터 후공정을 한꺼번에 지원한다. 특히 내년부터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 등과 연계해 석·박사 등 전문인력 1000여명을 양성하게 된다. 센터가 이렇게 큰 계획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13개 기업이 참여해서 가능했다.

우선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키사이트 테크놀로지가 화합물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3년간 무상 지원한다. 이 회사는 화합물반도체센터를 동아시아 교육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합물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에이프로는 장학생 선발과 채용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전남도와 센터는 이 같은 연계망을 활용해 국가사업을 발굴하고,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추진한다. 특히 센터 자립화를 위해 시제품 제작 서비스와 측정 등 실증기반을 고도화한다. 또 글로벌 화합물반도체 위탁 생산업체를 비롯해 국내 설계 및 패키징 업체, 소재 부품 장비 기업 등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생태계가 구축되면 설계한 화합물반도체를 기업에서 실증하고 양산하는 공급망을 갖게 된다.

화합물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 원소 화합물로 만든다. 초기 반도체 물질로 사용된 원소는 게르마늄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실리콘으로 대체됐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실리콘 역시 고온 고전압 고주파 환경에서 한계가 있어 화합물반도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주목받는 화합물반도체는 규소(Si)와 탄소(C)를 섞은 SiC 반도체, 갈륨(Ga)과 질소(N)를 섞은 GaN 반도체다. 이들 반도체는 주로 전력반도체에 활용돼 전기차 등에 사용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화합물반도체 시장 역시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에 따르면 세계 화합물반도체 시장은 2020년 7억 달러에서 2030년 1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도 날로 중요해지는 화합물반도체산업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화합물 전력반도체 고도화 기술개발에 5년간 138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화합물반도체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센터 개소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종갑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화합물반도체센터가 반도체산업은 물론 전남도 첨단전략산업을 이끄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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